서울고등법원은 산부인과 NST(산전 비자극검사)가 임의비급여 예외적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환자에게 진료비를 과다청구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이 NST를 임의비급여로 볼 수 없는 예외적인 사정을 다시 심사하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지만 기존 판결 취지를 유지했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부당청구' 불명예를 씻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i1#서울고법 제8행정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산부인과 의사 10명이 심평원을 상대로 청구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복지부는 2009년 3월 10일 산전 진찰과정에서 태아안녕검사의 일환으로 NST를 시행한 경우에도 1회에 한해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환자에게 비급여로 받을 수 있도록 요양급여세부사항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들 산부인과는 고시 개정 이전부터 산전 진찰 과정에서 NST를 시행하고, 환자에게 해당 비용을 전액 부담시켜 왔다.
그러자 환자들은 심평원에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고, 심평원은 산부인과에서 해당 비용을 임의비급여했다며 환불하라고 통보하자 집단 행정소송으로 비화됐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6월 산부인과 의사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산전진찰 과정에서 NST를 실시할 당시 태아 이상이 명백히 의심되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수진자들에게 급여기준을 위반한 진료행위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역시 2011년 1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8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이 사건 산부인과는 산전 NST가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비용이 예외적으로 과다본인부담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전 NST 비용이 예외적으로 과다본인부담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서울고법에서 심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지난 6월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에 대해 의학적 불가피성, 의학적 필요성, 환자 동의 등 3대 조건이 성립하면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과다청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자 이를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재심리에 들어갔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 비자극검사는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복지부가 산전검사 NST의 의학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보험재정 등을 이유로 뒤늦게 요양급여를 인정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환자들에게 해당 비용을 청구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어떠한 진료행위를 요양급여 대상으로 편입할 것인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설령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즉시 당연히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비자극검사의 성질이나 시급성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산부인과 의사들이 임의로 검사하고, 해당 비용을 받은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서울고법은 "원고들은 수진자들에게 사전에 NST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를 받은 후 검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별다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인 환자 동의 요건을 추정적 동의에 대해서도 충족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할 경우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이번 NST 판결은 파기환송 사건 중 첫번째 것이어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 제4행정부 역시 산부인과 의사 8명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NST 과다본인부담금 환불통보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