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녹십자의 행보는 업계의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일동제약 지분 177만주를 사들이고 단숨에 2대 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이 수년간 현 경영진과 주요 주주들간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는 점에서 녹십자가 제약업계 최초 적대적 M&A를 단행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i1#제약업계 상위사들의 경쟁사 지분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주식을 산 쪽은 대부분 '단순 투자 목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며느리도 모른다.
약가인하, 쌍벌제 등으로 갈수록 제약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상위사들의 지분 투자 움직임은 최근 유난히 분주했다. 하반기만 봐도 그렇다.
먼저 앞에 소개한 녹십자다. 이 회사는 일동제약 말고도 지난 8월 면역세포치료제 이노셀의 지분 23.55%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3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이 있는 유한양행도 지난 11월 초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9%를 취득하고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M&A)와 무관하게 투자와 판권확보 차원의 유상증자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한올 수혜가 크고 유한은 장기적으로 부족한 신약파이프라인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같은 달 말 테라젠이텍스 지분 9.18%를 사들이기도 했다. 또 한독약품은 지난 9월 제넨텍 주식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제약사들의 경쟁사 지분 투자는 예전에도 있어 왔지만 최근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약가인하, 쌍벌제 등으로 제약업계 상황이 크게 안 좋아졌다는 데 있다. 한 번도 없었던 적대적 M&A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이유"라고 바라봤다.
한편, 업계 1위 동아제약 주요 주주에는 GSK(9.91%), 한미약품(8.71%), 오츠카제약(7.92%), 녹십자(4.2%) 등이 있다. 최대주주는 11.09%의 강신호 회장 외 특수관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