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현재 100년의 역사 속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기도의사회 신년교례회에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신년을 맞은 의료계가 미래를 '희망'보다 '절망'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5일 경기도의사회(회장 조인성), 경기도병원협회(회장 함웅), 경기도여자의사회(회장 이금원)가 공동 주최한 경기도 의료계 신년교례회가 롯데 잠실 에메랄드룸에서 열렸다.
먼저 조인성 회장은 "의료계는 현재 100년의 역사 속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35년 된 건강보험제도는 성과도 있지만 저수가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질병 관리 계획이나 인구정책 등 복지부의 중장기적인 보건의료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오직 현안이나 보험재정에 관한 단기적인 '땜질 처방'만이 있다는 것.
조 회장은 "대통령 인수위 9개 분과 인수위원이 발표됐지만 이중에 보건이나 의료분야는 없다"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세간에 관심이 이렇게 후순위라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 예산 42조 중 보건이 20%, 복지가 80% 정도 된다"면서 "보건 중에서도 순수 보건의료정책 예산은 20%로 총액 1조 7천억원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일년에 8조 4천억원에 달하는 영유아 어린이집 예산의 1/5에 불과할 정도로 보건의료정책 예산이 열악하다는 것.
조 회장은 "의료급여 지원 예산에서 2800억원, 건보재정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예산도 3200억원이나 삭감됐다"면서 "이것이 바로 공정하지 못한 의료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나 제도만 탓할 시기는 지났고 전문가로서 우리의 준비나 노력이 그 동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정책관계자들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 역시 지난 1년을 '고통스러운 한해'로 표현했다.
노 회장은 "고통스러운 한 해였고 고통의 연장선상에 있었지만 잘못된 제도를 바꿔 보자는 한 해였다"면서 "익숙해진 잘못된 의료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보려고 했고 이에 대한 공론화가 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공급자 희생에만 의존해서는 건보제도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정부 주도가 아니라 보건의료 단체들이 새로운 건보제도의 틀을 짜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례회에는 공동개최한 3개 단체 임원들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대한병원협회 김윤수 회장, 도내 대학병원장, 경기도청 보건복지국 직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