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서로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병원 측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대해 거북한 표정이 역력한 반면 환자단체는 이를 적극 반기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9일 대형병원 관계자들은 "심평원이 발표한 비급여 진료비는 일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지는 자료"라며 입을 모았다.
게다가 심평원이 전체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실제 비용과 다르게 기재된 사례도 발생하자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곧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이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우려다.
모 대학병원 보험심사간호사는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지 않으면 불법이고 범법을 저지르는 병원이 되니깐 참여는 하지만 취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결국 병원들끼리 비급여 진료비를 두고 싸워보라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병원 보험심사간호사는 "병원이 의료비용을 낮춰 환자의 경제적 효과를 높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무작정 시장원리를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함으로써 대형병원의 높은 진료비가 하향평준화되면서 환자는 저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가 최고가만 아니면 상관없는 게 아니냐. 오히려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평균 이하로 낮았던 진료비를 평균에 맞춰서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 자율에 맞겨야할 부분까지 강압적으로 통제하려는 순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부작용이 당장 생기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분야에서 왜곡된 의료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환자단체는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환자중심의 자료라며 높게 평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적정성 평가지표 등 과거 심평원이 발표한 자료 중 가장 객관적이고 활용할만한 자료"라면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병원에 가기 전에 스마트 폰으로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하고 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게 바로 바로 환자들이 원하는 자료"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검사 비용에 대한 정보와 함께 해당 검사장비의 연식 혹은 브랜드를 함께 표기했더라면 더욱 완벽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따른 가격경쟁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병원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는 "가격경쟁에 따른 의료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정부가 의료의 질 관리에 더 신경쓰면 해결되는 일"이라면서 "정부는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환자치료를 잘하는 것도 의료기관의 역할이지만, 환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료기관의 역할 중 하나"라면서 낮은 비용에 높은 의료 질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