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조기검진의 진단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유방 X-ray, 초음파, 조직ㆍ맘모톰 검사 등 기존 진단검사의 한계성을 보완하고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일 수 유방암 검사방법을 보험급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08년 국내에 첫 도입된 유방감마영상(Breast Specific Gamma ImagingㆍBSGI) 카메라 'Dilon 6800'은 맘모그라피, 초음파, MRI 등 기존 진단장비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돼 유방암 조기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고가의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로 기대를 모았다.
Dilon 6800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Tc-99m(테크네슘)과 세스타미비(sestamibi)를 혼합해 25~30mci를 정맥 내 주사한 후 검사하는 핵의학장비로, 분자영상 기술을 기반으로 악성과 양성조직의 구별 및 유방암 조기진단에 유용하다.
특히 고감도 광전자 검출기를 이용해 2~3mm의 작은 병변을 검출할 수 있어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이는 맘모그라피, 초음파, MRI가 암 조직이 10~16mm 이상일 때만 유방의 이상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초기 유방암 진단의 한계성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으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암 전이의 시작점인 DCIS(Ductal Carcinoma in Situㆍ관상피내암종)의 조기발견과 치밀유방ㆍ유방 보형물 삽입 환자들의 유방암 진단이 용이하고, 불필요한 생검 조직검사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맘모그라피와 같이 강한 압박으로 유방을 밀착해 누른 상태에서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통증과 불편함 없이 편하게 검사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 같은 유방감마영상의 장점은 여러 임상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대의료원은 2009년 10월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GBCC)에서 유방암 진단에 있어 유방감마영상과 맘모그파리, 초음파검사 각각의 ▲민감도 ▲특이도 ▲양성예측도 ▲음성예측도를 비교한 전향적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방감마영상은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여 유방암 조기진단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와 함께 2011년 북미방사선의학회(RSNA)에서 초록으로 채택된 이대목동병원 유방암ㆍ갑상선암센터 이안복 교수의 임상연구 결과에서도 유방감마영상이 맘모그라피와 초음파검사와 비교해 치밀유방이 많은 한국 여성의 유방암 조기진단에 효과적인 검사법으로 언급됐다.
환자 662명을 대상으로 유방감마영상과 맘모그라피, 초음파검사를 비교한 결과 유방감마영상은 맘모그라피보다 민감도(BSGI 95.3%ㆍMMG 75.1%)가 뛰어나고, 초음파검사와 비교해 특이도(BSGI 87.9%ㆍUS 85.6%)에서 더 높은 것으로 입증된 것.
Dilon 6800은 유방암 조기진단의 임상적 장점을 바탕으로 2008년 11월 제일병원에 첫 공급된 이래 향후 도입 붐이 일어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크게 빗나갔다.
Dilon 6800 도입 병원은 2011년만 당시만 하더라도 ▲제일병원 ▲이대목동병원 ▲건국대병원 ▲해운대백병원 ▲서울아산병원 ▲조선대병원 ▲관동의대 명지병원 등 11곳에 달했지만 약 2년이 지난 현재 오히려 한 곳이 줄어든 10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한적 보험급여기준이 '발목' 잡아
Dilon 6800은 2008년 수입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감마카메라'로 허가 받아 보험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2010년 2월 심평원은 Dilon 6800을 통한 유방감마영상에 대한 보험급여를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수가를 삭감하는 개정된 급여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방감마영상은 ▲유방촬영이나 초음파 결과상 'BIRADS category Ⅳ'로 확인돼 2차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경과관찰을 위한 추적검사로 시행하는 경우 등 두 가지만 급여로 인정받고, 나머지 행위는 모두 '비급여' 대상이 됐다.
문제는 급여가 적용되는 두 가지 인정기준이 모호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유방촬영이나 초음파 결과상 BIRADS(Breast Imaging Reporting And Data System) category Ⅳ로 확인돼 2차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BIRADS category Ⅳ는 유방암 진단 단계(총 0~5단계) 중 거의 유방암이 확정된 환자 또는 암 수술을 받을 사람이 해당되는 단계다.
이는 현실적으로 유방암이 의심되는 0~3단계 환자의 조기진단에 활용도가 높은 유방감마영상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또 '경과관찰을 위한 추적검사로 시행하는 경우' 역시 명확한 환자 기준과 구체적인 상병 명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급여와 비급여 경계 자체가 모호했다.
이처럼 제한적이고 모호한 급여기준으로 의사와 병원들은 점차 유방감마영상 촬영을 꺼리게 됐다.
의사는 유방감마영상 촬영을 하고 싶어도 비급여 신고서를 써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급여 기준에 맞는 환자 외에는 촬영을 꺼리게 됐고, 병원 입장에서도 심평원 실사와 급여 삭감 등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병원에서의 촬영건수가 크게 줄어든 유방감마영상 촬영은 지난해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아 '고사' 직전에 처하게 됐다.
심평원은 2012년 1월부터 유방감마영상에 대한 적용 범위가 축소된 급여기준을 적용하고, 수가 또한 행위료 부문에서 10% 인하했다.
이는 기존 유방감마영상 급여인정기준 중 하나인 '경과관찰을 위한 추적검사로 시행하는 경우'를 '암 환자의 경과관찰을 위한 추적검사'로 그 범위를 더욱 축소ㆍ한정하면서 병원에서의 유방감마영상 촬영이 더욱 줄어들게 된 것.
Dilon 6800 수입업체 곽수완 대표는 "2010년 제한적 보험급여가 적용된 이후 Dilon 6800을 도입한 병원에서 유방감마영상 촬영건수가 전보다 10분의 1로 줄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의사들이 비급여 신고서를 써서 제출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거나 꼭 필요한 환자 외에는 유방감마영상 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곽 대표는 "설상가상으로 2002년 1월부터 유방감마영상의 보험급여 적용기준이 더욱 축소되면서 유방감마영상 촬영장비를 도입하려는 병원 자체가 없다"며 "지난해에는 단 한 대의 장비도 판매되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방암 조기진단 보완제 역할 사장되나
유방감마영상 촬영에 대한 보험급여가 제한적으로 적용되자 보험급여 적응증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0년 2월 심평원이 유방감마영상의 급여인정기준을 발표한 후 3개월 뒤 약 10개 병원 의사들이 참여한 '유방감마영상연구회'는 "현행 유방감마영상 급여인정기준이 유방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관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보험급여 인정범위 확대를 심평원에 요청했다.
당시 연구회는 ▲유방 내 파라핀이나 실리콘이 주입된 경우 ▲다발성 병변을 포함한 BIRADS category Ⅲ 병변 ▲치밀유방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 등에 대한 보험급여 적응증 확대 적용을 건의했다.
연구회가 밝힌 적응증 확대적용 이유를 보면, 파라핀이나 실리콘이 주입된 유방은 유방촬영술ㆍ유방초음파ㆍCTㆍMRI 등으로 암을 찾아낼 수 없고, PET 검사만이 유일하게 암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인데, 유방감마영상은 PET 검사보다 더 가까이에서 유방을 촬영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정확하게 암을 찾아낼 수 있으며, 검사비용 역시 훨씬 저렴하다.
또 BIRADS category Ⅲ 병변은 양성일 가능성이 95~98%이지만 악성 가능성도 2~5%에 이르기 때문에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하고, 실제 임상에서도 많은 경우 절제생검이 이뤄지고 있다.
negative predictive value가 높은 유방감마영상을 통해 BIRADS category Ⅲ 병변의 악성 여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비용이 많이 드는 조직생검과 추적검사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연구회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심평원은 2010년 10월 유방감마영상 촬영의 보험급여 확대적용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중앙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에는 ▲외과학회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산부인과 ▲병원협회에서 2명의 보험심사위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영상의학과 위원들은 초음파검사로도 충분히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방감마영상 촬영의 보험급여 반대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유방초음파검사는 조직검사가 수반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만약 유방감마영상 촬영이 활성화되면 영상의학과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유방감마영상 촬영의 보험급여를 강하게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병원 입장에서도 유방감마영상 촬영은 수입 측면에서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유방감마영상 촬영의 제한적 보험기준 적용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유방감마영상 촬영 수가는 25만 4000원으로, 이중 재료대 15만원을 제외한 병원 수입은 10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병원 입장에서는 유방감마영상 촬영보다 더 많은 수입이 보장되는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한 여성전문병원 유방외과 전문의는 "유방암 검진에 있어 유방 X-ray, 초음파, MRI 검사 모두 놓치는 부분이 있고, 독자적인 유방감마영상 촬영검사로 100% 유방암을 잡아내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유방감마영상이 기존 유방암 검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이를 통해 조직검사와 맘모톰 등 고가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검사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보험급여기준에 묶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유방암 검사방법을 보완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유방감마영상 촬영이 과잉진료로 규정돼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행위를 제한하고, 오히려 건보재정 안정화에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