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한의약법 제정하고 한의약청을 즉각 신설하라."
17일 천연물신약 무효화 관철을 위해 서울역 광장에 운집한 1만명의 한의사들이 다소 낯선 구호들을 목청껏 반복했다.
한약을 베낀 엉터리 천연물신약 제도를 폐지하고 '독립한의약법'을 제정한 후 이를 집행할 '한의약청'을 즉각 신설하라는 것.
천연물신약 논란이 거세진 지난 해부터 한의사협회가 줄곧 꺼내든 이 카드는 그간 구체적 실체가 없는 '구호'에 그쳤다.
독립한의약법이 무엇인지, 한의약청의 신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식약청과 대비되는 기능은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던 것.
이에 한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임원을 만나 자세한 사항을 물었다.
먼저 독립한의약법 제정에 대해 김지호 비대위 상근위원은 "한의약의 비전문가들이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약이 보험 등재에 배제되는 것"이라면서 "이를 막기 위해 한의약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식약청에 있는 약사는 전체의 30%가 넘을 정도지만 한의사는 고작 1~2명에 불과한 상황이라 한의약 관련 정책의 추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은 "독립한의약법을 통해 한의학 정책은 한의학 전문가가 해야한다"면서 "천연물신약 논란도 한의학의 특성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정책을 짜다보니 한약을 베낀 것을 엉터리 신약이라고 허가해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아직 구체적인 안은 없지만 식약청이 식약처로 승격된 만큼 식약청 안에 있는 한의학 관련 부서가 청으로 승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이 부분을 계속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한의약청 신설과 관련해 안재규 비대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전통의학에 관심도가 커지고 있는 시기에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한의약 발전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한의학의 전통을 발전시키려면 이를 유지, 발전시킬만한 법 체계뿐 아니라 제도, 행정 등을 전부 관리할 수 있는 관리청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관리청이 어렵다면 한방, 정책 등 제대로 된 (정부 부처 내에) 한의약 과를 만들어서 정책도 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정부 차원의 관리가 미흡하면 10년내 한의학을 역수입하는 날이 온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족의학을 뺏기는 것을 막으려면 한의약청 등 한의학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유지, 계승해 나갈 정부 부처의 신설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