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선배 의사를 만난 이영훈 공보의(가명·34)는 마음이 급해졌다. 오는 4월 중순,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마치고 바로 개원하려면 입지를 정하는 게 급선무다. 이번주 이 공보의는 골든와이즈닥터스 장영진 팀장(개원입지팀)이 추천하는 곳을 직접 찾아 다녀보기로 했다.
교통·접근성 뛰어난 '선정릉역' 인근 입지
"꽤나 비싸겠는데?"
이영훈 공보의는 지하철역 입구를 나서자마자 펼쳐진 대형빌딩을 둘러보고 부담스럽다고 했다. 확인 결과 신축건물 50평 규모 임대료는 월 700만원. 관리비를 포함한다고 하지만 보험과 개원의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는 "개원해서 5~6개월은 공칠 수 있는데, 6개월 임대료만 4200만원으로 나갈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평범한 감기환자만 보고싶지는 않다고 해서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추천을 받았지만 신규 개원입지로는 비용적인 부담이 컸다.
하지만 임대료를 제외하면 메리트는 있었다.
일단 지하철역 인근이라 교통이 좋았다. 또 현재 진행 중인 9호선 지하철 공사까지 마무리되면 접근성 측면에선 더할 나위가 없어보였다.
주택가는 아니지만 업무지구이고, 특화된 이비인후과 진료를 하기에는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선릉역 주변에 코모키이비인후과 등 수술전문 이비인후과가 있고, 강남구청역 인근에는 소리이비인후과가 자리잡고 있지만, 선정릉역 개통 이후 새롭게 상권이 형성되면 한번쯤 고려해볼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욕심은 나지만, 보험과인데 임대료 부담이 크다." 이 공보의는 일단 다른 곳을 더 보기로 했다.
안정적인 단지내 상가 '은평뉴타운' 인근 입지
다음에 찾은 곳은 은평뉴타운 단지 안 상가. 워낙 유명세를 탄 곳이라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평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곳이라 한번 직접 가보기로 했다.
은평뉴타운 단지내상가는 이미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잠시 이비인후과와 소아청소년과에 들어가보니 토요일 오전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환자로 대기실이 가득차 있었다.
"몇 년 전에만 개원했어도 대박났을텐데…아깝다." 이 공보의는 앞서 개원입지를 선점한 선배들이 부럽다고 했다.
장영진 팀장이 제안한 곳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끼고있는 단지내 상가(B지역:지도 참고). 이미 상권을 형성한 A지역(지도 참고)만큼은 아니더라도 지역환자를 잘 잡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구파발역과 이어지는 C지역 상가도 나쁘지 않았다. 대형상가가 입점하면 이곳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고, 학원가도 있어 학생을 타깃으로 한 이비인후과를 하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다만, C지역은 상가 공사가 아직 시작도 안된 상태여서 무턱대고 완공일자를 기다리기엔 불안했다.
이 공보의는 "상암지구 전체 세대수는 1만 6천세대이지만 B지역 세대수로는 병원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현재 가톨릭대병원 입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에 대학병원이 개원하면 그에 따른 파장도 고려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업무지구와 주거지구가 공존하는 상암지구 인근 입지
이 공보의는 개원입지로 주거지역이 아닌 업무지구 개원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업무지구에 개원하면 직장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주5일 진료가 가능할 것 같다. 사실 개원과 동시에 자기 시간은 포기해야 하는데 안그래도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을지로 인근 센터원 등 대형 빌딩을 끼고 있는 업무지구에 개원한 이비인후과, 내과는 대기시간이 2시간씩 걸릴 정도로 환자가 많다는 입지 전문가의 말도 떠올랐다.
장 팀장이 추천해준 곳은 아파트와 중고등학교를 끼고 있으면서도 길 건너편에 누리꿈스퀘어 등 업무지구가 조성된 지역이었다.
현재 상암DMC(Digital Media City)상주 인구는 약 3만명, 오는 2015년이면 약 6만8000명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인근 아파트는 5000여세대 규모로 이 또한 적지 않은 수준.
하지만 직접 가보니 누리꿈스퀘어 빌딩과 바로 옆 빌딩에 각각 1곳씩 이비인후과가 있었고, 고등학교를 끼고 있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도 이비인후과 한곳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역시 괜찮다 싶은 곳은 이미 주인이 있다. 내가 개원할 곳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 이 공보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 개원해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불안감이 스쳤다.
상암지구는 업무지구로 보면 꽤 크지만 주거지구로 세대수를 따져보면 5천세대 수준. 이미 인근에 이비인후과가 개원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개원은 포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상암지구에 개원한 소아과, 내과에 환자가 많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나까지 들어간다고 승산이 있을 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항아리 상권인 신축 아파트 인근 입지
이 공보의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수원시 장안구 신축 아파트 단지. '이제 막 공사 중인 아파트라면 개원할 자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찾아갔다.
"타이밍이 절묘하네…공보의 마치고 바로 개원하면 딱 맞겠어."
S아파트 단지는 총 3498세대로 25~52평형 아파트 26개동이 밀집해 있다. 오는 5월, 아파트와 단지내상가가 동시에 입주를 시작한다.
공보의 군복무가 끝나는 시점과 딱 맞아떨어졌다. 아파트 입주와 동시에 개원하면 금새 자리를 잡을 것 같았다.
아파트 인근에는 초등학교와 공원 및 공연장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금은 공사 중이지만 완공되고 단지가 조성되면 꽤 안정적인 입지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3500세대 규모의 아파트만 생각하고 개원하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밀집된 아파트단지라는 점은 장점이지만 이비인후과가 들어서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게 선배의 조언이었다.
게다가 확인해보니 이미 내과, 소아청소년과가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그는 다시 어깨가 축 처졌다. "단지내상가도 많고 빌딩도 많은데 내가 개원할 곳은 없나보다. 결국 지방에서 찾아야 하는건가. 10년 전에만 개원했어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선배들이 정말 부럽다."
개원입지 선정시 기억해야할 5가지 포인트
골든와이즈닥터스 장영진 팀장(개원입지팀)은 개원입지를 선정하기 전에 고려해야할 5가지 요인에 대해 정리했다.
1. 자신의 성향을 파악해라
"일단 자신의 성향을 아는 게 중요하다. 가령, 역세권에서 적극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며 진료하는 공격적인 성향인지, 주거지역 인근에서 안정적인 성향인지를 파악해야한다."
2. 병원 마케팅에 관심 있나
"위와 연결되는 요소다. 병원 마케팅에 관심의 정도에 따라 개원 입지도 달리해야한다. 마케팅에 관심이 없는데 역세권에 개원하면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를 보기 힘들고, 주거지에 개원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다."
3. 주 진료 아이템은 무엇인가
"자신의 주 진료 아이템 혹은 타깃 환자층에 따라 입지도 다르다. 같은 이비인후과라도 청각, 수술 전문 등으로 특화시킬수 있다. 또 젊은층인지 노인층인지에 따라 입지를 달리해야한다. 이밖에도 환자군의 성별, 연령대 등에 따라 입지 선정에 반영해야한다."
4. 지역적으로 변화가 많은 곳 인가
"재개발구역 등 지역적으로 변화요인이 예상되는 곳은 피해라. 실제로 신천역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개원의들이 타격이 심했다. 재개발 공사 중에는 인구가 빠져서 힘들고, 공사가 끝난 후에는 단지내상가가 활성화되면서 빠져나간 환자가 돌아오지 않았다. 인구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는 지역은 위험한다. 이처럼 늘 주위환경에 민감해야한다."
5. 동선을 살펴라
"유동인구 동선을 예의주시해라. 주거인구가 많더라도 주요동선과 동떨어진 곳에 개원하면 접근성이 떨어진다. 발품을 팔아서 동선을 읽어야한다. 특히 직장인의 퇴근시간 동선과 낮시간대 주부들의 동선을 각각 파악해야한다."
[리얼개원스토리]의 주인공 이영훈 씨는 어떤 의사
이영훈(가명·34)씨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현재 강원도 모 민간병원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 중이며 오는 4월 전역하는 즉시 이비인후과의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그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의원을 꿈꾸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개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