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최종면접. 생각만 해도 숨막히는 분위기다. NGO(비정부기구) 면접관이 최종적으로 뭘 잘할 수 있는지 묻는다. 여기서 승부수를 던져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했다. 난 아주 웃겨줄 수 있다고.
그리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가장 큰 차가 뭔지 아냐고. 면접관은 어리둥절하면서 답했다. 벤츠? BMW?
"아프리~카~"
아시아인 최초로 GSK 펄스(PULSE)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혜숙 팀장의 6개월(2012년 6~12월) 가나 봉사 체험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자신이 최종면접에서 "아메리~카"라고 했으면 아마 미국에 갔었을 것이라는 유머와 함께.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본인 스스로 남을 즐겁게 교육하는 것이 재능이라더니 과연 그랬다. 알고보니 그는 MBC 공채 8기 개그맨 출신이었다. 이듬해 신인상까지 받았다.
궁금했다. 촉망받던 개그맨에서 제약인으로. 또 아시아인 최초 펄스 프로그램 참가. 그것도 애가 둘이나 있는 대한민국 아줌마로서. 그의 가나행은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일단 펄스는 제약사에서 할 수 있는 돈과 의약품 기부 말고도 재능을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도전하고 싶었어요. 내가 부족하다면 과연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고 싶었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능력은 충분하지만 두려움이 앞서 도전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가나 오지 체험기는 충격적이었다.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것들조차 포기하고 사는 삶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내 아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몇 번이나 감사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그들은 임신을 해도 클리닉에 오지 않는다. 이유는 그냥 귀찮고 멀어서다. 내 엄마도 내 언니도 내 친구 수잔도 집에서 낳았기 때문에 그냥 그게 당연한지 안다.
안타까웠다. 그래서 박 팀장은 자신의 재능을 전파해주기로 했다. 물론 거창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잘 할 수 있는 '즐거운 교육'을 통해서 그들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작지만 변화가 일었다. 임신을 하면 병원에 가는 산모가 생겼고 일방적으로 '넌 이게 잘못됐어'라는 통보식 대화는 '이것 좀 해보지 않을래'라는 소통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재차 말한다. 정말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나눠줬을 뿐이라고. 그래서 이런 기회를 준 펄스 프로그램에 감사한다고.
"솔직히 월급을 받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오겠어요. 하지만 내 작은 행동이 그들에게는 조용한 파장을 일으켜요.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변화가 오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입니다."
그는 봉사활동은 멀리 있지 않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도 작은 것만 실천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가령 4000원 짜리 커피 한 잔 안 먹고 이 돈을 기부하면 가나 학생들이 1년 내내 쓸 수 있는 노트를 살 수 있다.
나의 작은 행동이 기분 좋은 파장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빠른 시일 안에 가나를 재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말라리아 모기에 두 번이나 물리는 등 육체적으로 많은 고생을 했지만 펄스 프로그램을 통해 봉사의 참맛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모유 수유조차도 '내 가슴은 남편 꺼'라며 거부하는 등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신앙 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죠. 내 재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시 찾아가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본인이 가진 재능을 기부한다는 것, 이만큼 희열이 있는 것이 또 있을까요?"
PULSE 프로그램이란
GSK는 전세계 직원들이 직접 지역사회에 가치있는 공헌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내부 지역사회 봉사활동 프로그램 PULSE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09년 4월 런칭된 PULSE는 직원들이 3~6개월 간 세계 각 지역의 PULSE 파트너로 지정된 비영리단체 혹은 NGO에서 근무하며, 보건, 교육, 환경 등 관련 분야에 공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