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서비스가 시행된 지 벌써 2년.
약사들의 허술한 복약지도가 매년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진료실에서의 중복처방이나 병용금기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다는 것 역시 늘상 지적되는 문제다.
진료를 받으며 의사에게 약에 대한 궁금증과 부작용 등을 묻고 싶지만 3분진료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게 환자들의 하소연.
실제로 DUR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병의원을 돌며 중복처방에 대한 복약지도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중복 처방? 부작용 없으면 괜찮다"
병용금기, 중복처방을 걸러낼 수 있는 DUR이 시행되고 있지만 진료실에서 들을 수 있는 설명이 거의 없다는 게 환자들의 불만이다.
최근 기자는 실제 영등포구 A의원을 찾아 가벼운 감기 증상을 호소하자 5일분의 감기약 처방전을 발급했다.
품목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 펜세타정과 진해거담제인 코대원정, 엘스테인캡슐이다.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성분은 지난 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서 동일성분 중복 의약품 다빈도 품목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약.
처방전을 들고 인근에 위치한 B내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가벼운 몸살 증상을 호소하자 품목은 다르지만 역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 3일분의 처방이 나왔다.
DUR에 동일성분 중복 처방 확인 문구가 떴지만 원장은 별다른 설명없이 주사까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사는 맞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무조건 맞아야 한다"는 강권에 졸지에 맞고 말았다.
이틀 후 다른 병의원을 찾았다. C소아청소년과도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을 처방했지만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전에 5일치 해열제 약을 처방받았다고 했지만 "별다른 부작용이 없으면 복용해도 괜찮다"는 형식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근처의 C이비인후과를 들러 진료 순서가 될 때까지 분위기를 살폈다.
C이비인후과 원장은 DUR 점검을 한 후 환자에게 "다른 곳에서 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는 게 있다고 하자 원장은 "그럼 내 약을 빼야겠네"라고 대답했다.
환자가 "그럼 약효가 떨어지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원장은 "그런 건 아니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C이비인후과 원장 역시 기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의 해열제를 처방했다.
중복처방 설명? 하고는 싶지만…
중복처방에 대해 의사들이 소홀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의 D내과 원장은 진료실에서 복약 설명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중복 처방이 나와도 그대로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서 환자가 다른 곳에서 처방을 받았어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이 곳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동일 성분군이 나온다고 해도 그대로 처방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받은 처방전을 가져오면 중복 약에 대해 설명해 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가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중복 처방이 나오면 알약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는 노원구의 E내과 원장.
그는 "동일성분군이 나오면 알약 그림을 보여주면서 전에 처방받은 약 중에서 중복 약을 빼고 드시라는 설명을 한다"면서 "하지만 바쁠 땐 그냥 내 처방에서 중복약을 빼고 주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자가 약봉지나 처방전을 들고 오지 않는 한 중복처방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나이 드신 환자들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아 내 처방전에서 중복약을 빼버리거나 아니면 그냥 처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환자는 "진료비에는 복약지도에 대한 설명 비용까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약사들의 허술한 복약지도에 대해 성토하지만 사실 의사들도 별다를 것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