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전국 의료기관에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최근 동아제약, CJ제일제당 등 리베이트 사건에 의사 수백명이 연루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자 '오해의 씨앗'마저 차단해 버리겠다는 의도에서다.
의협은 덧붙여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쌍벌제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영업사원 출입금지령은 무기한 연장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이같은 의협의 태도가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쌍벌제 이후 발품영업에 회의를 느낀 제약사들이 이번 계기로 본격적인 '영맨 줄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의협 발표는 모든 리베이트가 제약사 때문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아무리 갑 위치에 있지만 제약사가 봉도 아니고 화가 난다"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이어 "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제약사 영업사원을 볼모로 잡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리베이트 역시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 이제 와서 제약사에게만 죄를 떠넘겨서는 안된다. 영맨만 괜한 희생양이 됐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이번 의협 자정선언이 제약사 영업사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B사 임원은 "기존 판촉방식인 발품영업에 회의를 느끼는 회사가 많다. 우리 사장도 그런 쪽이다. 제약계가 약가인하 등으로 허리띠 졸라매야하는 시기에 이번 계기로 영업부 인력이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개원가 매출이 90% 이상인 C사 영업사원도 "의원 방문 금지는 영맨에게 할 일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회사에서 영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의사는 만날 수 있지만 또 다른 편법이 나올까 두렵다"고 한숨쉬었다.
한편 의협은 4일 기자회견에서 리베이트의 근본원인을 정부와 제약사에게 돌리며 이들을 향해 정당한 방법으로 진료와 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