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회장을 메시아나 교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성적표를 보면 돈키호테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인단 59%의 절대적인 지지로 당당히 제37대 의사협회 회장에 오른 노환규 회장이 취임 10개월을 맞았다.
짧은 기간 만성질환제와 포괄수가제 시행 저지, 건정심 구조 개편을 위한 대정부 투쟁까지 숨가쁜 '롤러코스터'를 타오면서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양극화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일방통보식의 행보는 시도의사회장단을 비롯한 의료계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것.
특히 노 회장이 당선된 이후 의사들이 존중 받는 진료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회원들도 잇따른 '소득없는 투쟁'에 지지를 철회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노 회장에 대한 평가와 성공한 회장을 위한 회원들의 '뼈 있는' 충언을 들었다.
"메시아와 교주, 그리고 돈키호테"
"노 회장만큼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도 드물다." 모 개원의사회 임원의 말이다.
그는 "노 회장의 첫 이미지는 메시아처럼 의료계를 구원할 인물이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몇 년 전만해도 모 커뮤니티에서 사실상 교주와 다름없는 위상을 갖추고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전임 의협 집행부를 '무능한 집행부'로 규정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만큼 노 회장에 거는 기대 또한 컸다는 것.
의사들이 존중받는 진료환경 구축 등 이상적인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믿음'을 줬기 때문에 노 회장은 의료계를 구원할 메시아나 교주로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 회장의 당선으로 수가가 100% 인상될 것으로 기대한 회원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불과 10개월 만에 돈키호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투쟁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너무 '믿고 따라오라'는 일방통행식 행보가 반발을 불러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실질적 소득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임원 역시 노 회장의 취임 후 성적표가 '평균' 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대정부 투쟁과 정치 싸움이라는 것이 이상과 이론만으로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전임 집행부가 무능하게 보였던 이유를 지금 노 회장은 실제 부딪치며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벌여 놓은 일은 많지만 딱히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게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리베이트 자정선언과 비윤리적 의사 징계안 등 내부 분란을 키운 사례도 많아 기존의 집행부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는 듯 싶다"고 덧붙였다.
"하늘만 보고 걷다가는 돌뿌리에 걸린다"
과거 의협 집행부에서 일한 바 있는 임원은 노 회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견 조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리더는 '옳고 그름을 잘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회원을 얼마나 잘 설득하는 사람'이냐는 것.
그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회원은 그저 따라와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소통 부재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고 회원의 동참을 요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상명하복식으로 회원들에게 '믿고 따라오라'고 해서는 이번 휴진 참여율처럼 초라한 결과만 나올 뿐이라는 것.
그는 "만일 왜 휴진에 참여해야 하는지 설득하고 참여를 잘 이끌어 냈으면 정부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했을 것"이라면서 "왜 휴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회원들이 많은데 일단 강행하고 보자는 식으로 단합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정부도 콧방귀를 뀔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모 개원의사회 회장은 "최근 뉴스를 보고서야 리베이트 자정선언을 했다는 내용을 알았다"면서 "아직도 의협 집행부의 소통 부재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자정선언을 통해 제약사 영업사원을 만나지 말라고 하면서 어떻게 이걸 실천해야 할 개원의사회에는 의견을 묻지도 않느냐"면서 "전에도 개원의 단체를 홀대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알겠다'는 대답만 하고 매번 이런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커뮤니티라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오는 지지가 전부가 아니다"면서 "늦더라도 현안에 대해 개원의사회와 시도의사회장단 회의, 상임이사회를 거쳐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지지세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상주의에 빠져 하늘만 보고 가다가는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빈번할 것"이라면서 "하늘뿐 아니라 땅과 주변을 둘러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 스스로 '나를 따르는 충성회원들을 위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시도의사회 모 회장은 "노 회장은 자신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회원들에게 과거 집행부와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조급함이 실책을 낳는 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 회장을 지지하는 회원들 역시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반면 모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노 회장이 취임한지 이제 10개월 째"라면서 "섣부른 평가보다 잘 할 수 있도록 믿고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