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일까. 세계 5번째 국산 첫 DPP-4 당뇨약으로 주목받던 LG생명과학 '제미글로(제미글립틴)'가 의료진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출시 2개월 누적 처방액이 2억원(UBIST 기준)도 넘지 못했다.
그간 전례를 봤을 때 사실상 시장 진입 실패라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제미글로' 부진은 6개월 먼저 나온 같은 계열 '트라젠타(리나글립틴)'와 비교된다. 이 약은 출시 8개월 누적 처방액(올 1월까지)이 무려 155억원에 달한다.
'트라젠타'는 출시 당시 DPP-4 억제제 중 가장 늦게 나왔지만 월 처방액 기준으로 어느새 '가브스(빌다글립틴)'와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를 뛰어넘었다. 이 계열 부동의 1위 '자누비아(시타글립틴)'와의 자리바꿈도 사정권이다.
의료진은 말한다. DPP-4 억제제 간에 큰 차이는 없다고. 그래서 먼저 나온 약을 써보고 큰 이상이 없으면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때문에 '자누비아'와 '가브스'는 출시일이 3개월 차이도 안나지만 처방액(2012년 기준)은 350억원 이상 벌어질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나온 약이 성공한다는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트라젠타' 출시 후 이런 공식은 깨졌다.
가장 늦었지만 우수한 마케팅 및 영업 전략으로 후발주자 성공신화를 쏜 것이다. 업계는 원개발사인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트라젠타' 영업을 유한양행에게 맡긴 것을 '신의 한수'라고 평가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자 '제미글로'의 부진은 자연스럽게 LG생명과학의 마케팅 능력 부족이라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DPP-4 억제제 보유 A사 관계자는 "아무리 후발주자라도 마케팅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트라젠타'가 보여줬다. '온글라이자'와 '제미글로'는 이런 측면에서 실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DPP-4 당뇨약 보유 B사 마케팅 관계자도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제미글로'의 출시 2개월 누적 처방액이 2억원 미만이라는 점은 사실상 시장 진입 실패라고 무방하다. '제미글로' 역시 국산신약 잔혹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은 얼마전 한 공식석상에서 내수 시장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영업사원을 늘려 판촉 강화를 할 수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더 약을 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는 영업 주특기 회사가 아니다. 판촉은 영업 잘하는 회사에 맡기겠다. 대신 우리가 잘하는 R&D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생명과학은 지난 1월 청주를 시작으로 3개월간 전국 13개 도시를 돌며 전국 전문의 대상 '제미글로 아카데미'를 진행할 정도로 마케팅에 열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