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도 출입금지 스티커 안 붙이셨네요?"
"의협의 취지는 알겠지만 너무 극단적이다. 오히려 스티커를 붙이면 환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 그동안 리베이트 받고 처방해줬다고."
최근 A사 영업사원이 모 개원의와 만나 나눈 대화다.
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를 원천차단하겠다며 전국 병의원에 영업사원 출입금지령을 내리고 스티커까지 배포했지만 개원가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현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영업사원들은 '진짜 출입금지령을 내린 게 맞냐'며 오히려 반문할 정도였다.
실제 <메디칼타임즈>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서초구 일대 병의원 30여 곳을 무작위로 돌아봤다. 그 결과 '영업사원 출입금지 스티커'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 지역이 한정된 탓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영업사원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그들은 하루에도 10곳 이상 의원을 방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적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대답도 비슷했다. 의협의 출입금지령은 개원가도 인지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극히 저조하다고.
B사 영업사원은 "문전박대를 하거나 스티커를 붙인 병의원은 보지 못했다. 나만 그런가 해서 회사 동료에게 물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현장은 지극히 고요하기만 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개원가에서 발생한다. 종합병원 투입 인력은 거의 없다. 동네병원 영업사원 출입금지 동참률이나 스티커 부착률을 알아보려면 우리 만큼 확실한 정보를 가진 영업사원도 없다"고 확신했다.
A사 영업사원 반응도 비슷했다. 그는 친한 원장과 직접 출입금지 스티커 부착 여부에 대해 농담까지 주고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하도 언론에서 출입금지다 뭐다 해서 친한 내과 원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원장님도 스티커 안 붙이셨네요'라고. 그러니 돌아온 대답은 '의협 취지는 알겠지만 솔직히 관심 없다'였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스티커를 붙이면 환자들이 그동안 리베이트 받고 약을 처방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게 개원가의 판단"이라면서 "적어도 지금까지만 보면 의협 조치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병의원 출입금지에 대해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 있고,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고 해서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부정하는 것 역시 아니다.
시군구의사회에서 2~3월에 집중된 대의원 정기총회를 통해 '출입금지령' 동참을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스티커를 부착한 의원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의협의 출입금지령이 내려진 지 보름이 지났지만 현장 반응은 의협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