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현황과 민심 등의 '종합 바로미터'인 서울시 구의사회 정기총회가 28일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정기총회의 특징은 회비 미납과 의사회 미등록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것.
지난 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무상의료 등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개원가의 경영난에서 초래된 회비 미납과 의사회 미등록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매년 구의사회가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항과 지난 해와 대비되는 구의사회의 주요 이슈를 짚었다.
달라진 구의사회 관심도…정치↓ 경영↑
총선과 대선, 의사협회 회장 선출까지 연달아 있었던 지난해 구의사회의 이슈는 단연코 '정치 세력화'였다.
특히 총액계약제 추진이나 무상의료, 복지 포퓰리즘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불만과 위기 의식 영향으로 인해 지난 해 구의사회 정기총회는 '단결' '정치 세력화'와 같은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에 따라 시도의사회 건의사항도 의협회장 선거의 투표 방식 변경, 총액계약제 저지, 포괄수가제 반대, 의료분쟁조정법 저지 등 정치 세력화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올해는 경영난과 그로 인한 회비 미납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올해 각 구에서는 서울시의사회 건의사항으로 회비 납부율 제고 방안 강구나 개원가 경영난 타개 방안 모색 등 경영과 관련된 것을 안건으로 많이 올렸다.
아예 서초구의사회는 "미가입 회원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는 건의안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면허신고제 관련 업무는 회비납부 회원에게만 허용할 것 ▲법정보수교육 평점 중 최소 3점 이상은 지역의사회에서 취득하게 할 것을 촉구해 사실상 미등록 회원을 막기 위한 대책에 초점을 잡았다.
다른 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원구의사회는 정기총회 내내 신입회원의 회비 미납이 이슈가 됐다. 지난해 신입 회원 10명이 모두 회비를 미납했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정기총회를 통해 회비 납부율 제고 방안을 강구할 것을 건의사안으로 올렸고 성북구도 구의사회 미가입자나 회비 미납자에 대한 대의원 선출 제재와 서울시의사회비 10% 인하를 촉구했다.
의사회 미가입자가 절반에 달하는 중구의사회는 아예 "지역의사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개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해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모 의사회 회장은 "회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회비가 모여야만 기본적인 회무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회비 미납자와 회비를 낸 회원이 똑같은 권리를 누린다면 이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사회의 재정 긴축 "호텔 대신 병원"
한편 다른 구도 경영난 타개를 위한 토요일의 가산비 적용과 의료급여 지급 지연 해결, 수가에 물가상승률 반영 등이 주요 건의안건으로 올라왔다.
상황이 이렇자 의사회의 재정 긴축도 눈에 띈다.
성북구의사회는 올해 회비를 동결하고 입회비 역시 4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하했으며, 서대문구도 아예 신규 회원의 입회비를 면제키로 했다.
예산 증액도 물가인상률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은평구의사회는 작년 대비 110만원이 증가한 1억 1766만원의 새해 예산을 의결했다. 1%에도 못미치는 예산 증가다.
성동구 역시 124만원을 증액한 4782만원의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영등포구는 180만원을 증액한 9139만원을 의결했다.
재정 긴축을 위해 정기총회 장소를 호텔 대신 병원으로 선택한 의사회도 속출했다.
서초구와 강남구의사회는 각각 성모병원 강당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당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박홍준 강남구의사회 회장은 "재정의 여유가 있었던 예전에는 호텔에서 의사회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의사회가 한정된 재정을 어떻게 실질적인 곳에 쓸까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차라리 정기총회를 간소화하는 것이 실리에도 맞을 뿐더러 이렇게 해서 남는 재정을 여러 회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쓰는 것이 낫다"면서 "올해 단체 영화관람이나 경기 관람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 금천, 중랑, 성북, 광진구의사회 등이 웨딩홀이나 일반 음식점을 정기총회 장소로 선택했다.
한편 구의사회가 촉구하는 개선안 중 상당수는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단골 메뉴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확립 ▲토요일 전일 가산제 도입 ▲의협차원의 전자차트 개발·배포 ▲65세 이상 정액 상한선을 2만원 인상안은 매번 되풀이되고 있지만 개선되지는 않고 있어 개원의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