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초음파를 비롯해 CT와 MRI 등 특수의료장비까지 설치 운영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당장 법안을 폐기하라"며 들고 일어났다.
법안 발의의 목적이 특정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조항만이 추가돼 법안의 공정성마저 의심이 된다는 것이다.
21일 전국의사총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독립 한의약법안을 당장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 의원은 초음파 등 진단용 방사선 의료기기와 CT, MRI PET 등 특수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도 명시하는 등 한의사와 한약사의 권한을 강화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전의총은 "법안의 구성을 보면 한의사, 한방의료기관 등의 조항은 의료법에서, 한약·한약사 관련 조항은 약사법에서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면서 "법안 발의의 목적이 특정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조항만이 새로 추가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한의사는 의료행위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고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없이 현대적 의료기기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신설 조항은 사법부의 판결마저 무시했다는 것이 전의총의 판단.
전의총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번이나 불법 판결을 내렸지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한방의 원리가 아닌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정체성을 부정하고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약제, 한약제제의 새로운 정의 역시 현대의학 영역을 침탈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의원은 현행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으로 규정된 한약제제의 정의를 '한약제제를 주로 한약재를 가공하거나 주로 한약재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거나 배합해 제조한 한의약품'으로 변경했다.
전의총은 "한약재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거나 배합한 천연물신약을 한약제제로 본다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아스피린이나 중국에서 자생하는 식물 추출물이 원료인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도 한의사들만 처방할 수 있게 된다"고 꼬집었다.
전의총은 이어 "이 법안을 국민들의 건강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한의사들의 이권만을 대변한 시대착오적인 악법으로 규정한다"면서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독립 한의약법을 당장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