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창출을 목표로 연구중심병원이 처음으로 지정되면서 의료계 판도 변화의 핵폭풍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른바 '빅 4' 중심의 대형병원 모두 연구중심병원에 안착해 의료비와 의료 인력의 양극화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6일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0개 의료기관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첫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예상 대로 연구중심병원에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환자쏠림 현상의 '블랙홀'로 불리는 4곳의 상급종합병원이 포함됐다.
또한 복지부는 길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차병원(종합병원) 그리고 지방 병원 중 유일하게 경북대병원 등 총 10곳을 선정했다.
복지부는 2010년부터 진료 중심의 병원 환경을 연구중심으로 변화한다는 취지로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중점 추진해왔다.
그렇다면,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병원들이 진료행태가 바뀔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연구중심병원을 등에 업고 연구 역량 확대와 진료 팽창을 모두 거머쥔 거대공룡으로 변모할 수 있다.
당초 복지부는 연구중심병원 선정기준에 외래진료 억제 방안을 검토했으나, 병원계의 반발을 의식해 연구전담의사(상급종합병원 5명)와 연구 참여 임상의사(상급종합병원 전체 의사 수 대비 20%) 등 연구인력 기준으로 후퇴했다.
연구 참여 임상의사는 현재와 같이 외래를 병행하면서 총 업무시간의 30%만 연구에 투자하면 된다.
여기에는 연구중심병원 재원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내재되어 있다.
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1조 4천 억원(당초 2조원)은 아직 예산타당성을 진행 중으로 이르면 상반기 중 가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마련된 연구중심병원의 제도적 인센티브는 ▲내부 인건비 인정(총 연구비 40%까지)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연구비 사용 가능 ▲전문연구요원 병역 대체복무 인정 등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연구중심병원 간판만 바라보고 외래를 줄일 수 없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등 '빅 4' 진료비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평균 10조원의 진료비 중 이들 4곳 대형병원의 비중은 이미 30%를 넘어선 상태이다.
연구중심병원에 지정된 10개 대형병원의 재정적 지원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진료량을 줄이길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더구나 의원과 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종별 의료전달체계가 허술한 상황에서 자칫 연구중심병원이 최상위 개념의 '옥상 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대형병원들의 진료 중심 행태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연차별 진료수익 대비 연구비 비중 등 지정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중심병원에 부여되는 정부 R&D 사업 유치도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연구중심병원의 지정효과로 인해 국내외 R&D 공동연구 유치와 국가 R&D 과제 주도 등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에서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계획대로 간다면, 수도권 중심의 10개 대형병원이 보건의료 국가 연구비는 물론 다국가 임상 연구를 싹쓸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으로, 수도권 환자 쏠림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지방의 상급종합병원은 외래 환자만 바라보며 손가락만 빠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도 이같은 우려감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빅 4 중심이라고 비판하지만 연구역량이 안 되는 병원을 지정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완벽한 제도는 없다. 연구중심병원 역시 '양날의 칼' 일 수 있다. 시행 과정 중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구중심병원 선정이 신약부터 의료기기, 신 의료기술 개발까지 보건의료 산업화의 '중심 축'이 될지 아니면, 의료기관 양극화를 넘어 고립화를 자초하는 '좌충 수'로 작용할지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