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토요일 가산 확대 결정 연기를 놓고 의료계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의사협회는 대정부 창구 역할인 윤창겸 부회장 사퇴라는 인사카드를 사용하며 돌아선 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노환규 집행부는 오는 6월로 연기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토요 가산 확대 방안 상정을 초재진 진찰료 인상 등 일차의료 활성화 관철을 위한 더 큰 도약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논의한 물밑 대화와 토요 가산 확대 결정 연기의 '허와 실'은 무엇일까.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건정심에 '일차의료 진료환경 개선방안(토요가산 확대 등)'을 보고안건으로 상정했다.
토요 가산 확대가 의결안건으로 상정되며 통과될 것이라는 의협의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복지부는 지난 1월말 건정심에서 의협과 논의한 일차의료 진료환경 구축의 필요성을 보고했다.
이어 2월과 3월 의협이 발제를 맡고 소비자단체와 공익단체 등 건정심 위원들이 참석한 두 차례 간담회(민노총과 한노총 모두 불참)를 통해 의원급 토요 가산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넓혀 나갔다.
토요 가산 확대 적용을 의원급으로 국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조되자, 병원협회는 주 5일제 근무에 따른 형평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약사회도 약국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형국에서 의협이 꺼낸 카드는 토요 가산 확대 시행의 속전속결을 위한 약사회와의 연대이다.
약사회까지 껴안은 의협, 복지부 입장 변경에 '당혹'
지난달 29일로 예정된 건정심이 열리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토요 가산 확대는 의협의 예상대로 순풍이었다.
그런데 복지부가 이번 건정심에서 의결하기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의협에 전달하면서 일이 꼬였다.
노환규 회장과 윤창겸 부회장은 건정심 전날까지 복지부를 방문해 차관과 실국장을 연이어 만나는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복지부는 언론에 보도된 건강세 신설 논란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건강세 논란은 기획재정부와 복지부가 새정부의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공약 이행을 위해 재원 조달 방안으로 검토한 사항이나, 언론 보도 후 증세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면 백지화됐다.
청와대가 증세는 없다며 국민 부담 없는 공약 이행을 못 박고 나선 상황에서, 환자 본인부담과 건보재정이 투입되는 토요 가산 확대가 윗선의 한 마디에 후순위로 밀려난 셈이다.
또 다른 화두는 토요 가산 확대 방안의 6월 건정심 통과 여부이다.
복지부는 토요 가산 확대를 포함한 일차의료 진료환경 개선방안의 세부사항을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논의하고 6월 중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본회의에 재상정 한다는 방침이다.
장차관과 실장 등 핵심라인 의원급 활성화 '공감'
동네의원의 경우, 토요 가산 확대(09시~13시) 적용시 현 1만 3190원의 진료비 총액이 1만 6460원으로 30% 가산이 적용된다.
이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금도 3900원에서 4900원으로 1000원 높아지게 된다.
이를 의원급(의과, 한방, 치과) 총액으로 환산하면, 진찰료 1730억원(보험자 부담 1211억원, 환자부담 519억원)의 건보 재정이 추가 소요된다.
약국을 포함하면 조제료 649억원이 더해져 총 2379억원(보험자 부담 1682억원, 환자부담 697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의협이 기대하는 의원급 초재진료 산정기준 개선(1400억원) 및 65세 이상 노인 정액제 인상(1760억원) 등 최소 3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복지부는 일차의료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진영 장관과 이영찬 차관,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이어진 보건의료 핵심 라인은 일차의료 활성화에 공감하며 침체된 동네의원 살리기에 햇볕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4대 중증질환 국가 보장을 위해 의료계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장관의 지론과 강성 기조인 손건익 전 차관과 다른 포용력과 신뢰를 강조하는 차관과 실장의 정책기조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등 병원급에 집중된 건보 재정 파이의 상당 부분이 향후 논의 결과에 따라 의원급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의협이 기대한 항목 모두 적잖은 재정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토요 가산 확대 결정을 돌연 연기한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건강세' 신설 논란이지만 속내를 보면 예기치 못한 정치적 상황이다.
6월 건정심 재상정을 앞두고 제2의 건강세 논란이 불거지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의료계 내부이다.
복지부는 건정심 보고를 통해 토요 가산 확대를 위한 의료계의 서비스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지역의사회(약사회 포함)의 야간진료 활성화, 만성질환 예방과 적정 관리를 위한 범국민 홍보사업 추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처방전 2매 발행 등 복지부 요구 내용 '논란'
특히 의원급은 처방전 2매 제공과 약국은 복약정보 서면 제공 등 개원가와 개국가에서 민감한 내용도 들어있다.
의협과 복지부는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토요 가산 확대를 위한 상징적 의미라고 축소하고 있지만 자칫 일차의료 활성화를 받고 의원급 제도 강화를 내주는 형국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달 말 의협 대의원정기총회를 앞두고 노환규 집행부에 대한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아직까지 단정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의협도 복지부도 향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의 최일선인 의원급 경영 활성화를 위해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달부터 건정심 소위원회를 통해 세부논의를 거쳐 6월 중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책과 제도 추진에는 정치적 상황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며 건정심 상정과 시행이 다를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를 믿고 6월까지 기다려보자는 노환규 집행부, 언행과 다른 결과에 대한 고조된 개원가의 민심 그리고 일차의료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복지부.
모두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한 기대와 불신이 혼재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