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생존의 기로…죽이는 행위…살고 싶다.
노동자의 절규가 아니다. 축제가 돼야 할 산부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쏟아져 나온 말이다.
산부인과의사회가 "대한민국에서 히포크라테스가 되고 싶다"는 절박한 성명서를 채택했다.
희생만을 강요하는 수가로 인해 산부인과의사들이 비전문 진료만 기웃거리고 있는 등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켜가기에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자가 진단이다.
14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는 63빌딩 별관 4층에서 제29차 춘계학술대회, 제16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갖고 산부인과를 둘러싼 여러 불합리한 제도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사회는 산부인과를 비롯해 전체 의료계가 처한 어려움을 함축적인 메시지로 전달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학술대회 주제를 "민생뿐만 아니라 의생(醫生)도 중요합니다"로 잡았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박노준 회장의 '생사' 언급. 여러 차례 '생사'라는 단어를 꺼내 얼마만큼 산부인과가 절박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는지 강조했다.
박노준 회장은 "올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민생 살리기 공약의 연장선상에서 의료계의 어려움 해결에도 앞장서야 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진정성 있는 논의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부인과를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 중 특히 초음파 급여화를 앞두고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산부인과의사들이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박 회장은 "초음파를 다빈도로 보는 곳이 산부인과지만 급여화되면 관행수가의 1/4에서 1/5선이 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면서 "초음파 급여화의 수가 수준에 따라 과의 생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CT와 MRI는 보험등재가 되면서 수가가 낮아졌지만 대신 검사건수가 증가해 수익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반면 초음파는 급여화 이후 검사 건수가 늘지 않아 상당한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
박 회장은 "초음파 행위분류에 개원의들이 동참해 현실적인 수가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면서 "비현실적인 저수가로 급여를 한다면 이는 산부인과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산부인과의사회는 "지금 산부인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켜가기에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복지국가 대한민국에서 히포크라테스가 되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자연분만 및 제왕절개 수술 수가 현실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산부인과의사를 배제한 요양병원 등급제 개선 ▲고운맘카드의 한방 확대 적용 철폐 ▲산부인과적 외래처치 수가 인상 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