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당 수련시간을 제한하는 의료계와 복지부의 합의 도출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한 획을 긋는 전환점이라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내년 신규 전공의부터 수련시간을 최대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8개항의 수련환경 개선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의학회 및 전공의협의회 등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한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평가단'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8개항 내용은 ▲주 80시간 근무 초과 금지 ▲연속수련 36시간(1.5일) 초과 금지 ▲응급실 12시간 교대 ▲당직 주 3일 초과 금지 ▲당직일수를 고려한 당직수당 지급 ▲수련 간 최소 휴식 10시간 ▲연가 14일 보장 등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논의는 어제, 오늘의 사안이 아니다.
복지부는 2004년부터 의료계와 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논의했으나, 중소병원 등 수련병원의 반발로 번번이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평가단은 병협의 수련규칙 표준안을 개정해 8개항의 개선조치를 반영하고, 수련병원별 준수 여부를 확인해 전공의 정원 배정과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즉, 주 80시간 수련시간을 어긴 수련병원은 전공의 감축의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의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10년간의 논의 끝에 나온 합의안"이라면서 "개선조치가 반영되면 의료기관에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진료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밤샘 근무로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긴 힘들다.
복지부와 병협은 수련병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년도 1년차 전공의부터 수련시간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PA 등 대체인력과 개선조치 지속성 등 남은 과제
이를 적용하면, 2~4년차 전공의들이 현재와 같은 열악한 근무여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개선조치가 병협의 수련규칙 표준안에 반영된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복지부는 병협과 수련병원의 의견을 반영해 수련규칙 표준안과 전공의 정원배정을 연계하는 선에서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 규정한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이 아닌 자율적인 수련규정 표준안이라는 점에서 강제화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중소병원 등 수련병원의 거센 반발로 자칫, 수련시간 제한 조치가 시행 후 유야무야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수련시간 제한에 따른 의료인력 공백이다.
현재까지 피교육자이자 값싼 노동자로 인식된 전공의들이 근무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수련병원의 진료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와 평가단도 이를 의식해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전문의 또는 PA(의사보조인력) 양성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수련병원 입장에서는 전문의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PA 양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전공의협의회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별도 협의하기로 일단락 한 상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평가단도 전공의 대체인력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의사 또는 PA 활용 문제에는 의견이 갈렸다"면서 "앞으로 별도 협의를 통해 미지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8개항의 개선조치는 의사 양성과정의 핵심인 전공의 수련의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추후 논의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