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부 기재사항 의무화(일명 '차트법')와 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한 정부의 법 개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중 의료단체 및 시민단체와 함께 진료기록부 기재사항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시행규칙과 의사의 진료방법을 명시하는 의료법 개정 논의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국회가 지난달 5일 진료기록부 기재사항을 복지부장관령으로 위임하는 의료법 개정안(문정림 의원 대표발의) 의결의 후속조치이다.
당초 개정안에는 의료행위 사항과 의견을 필수적, 임의적 기재로 이원화했으나, 법안소위 심의과정에서 진료기록부 작성은 의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내용으로 수정한 바 있다.
현 의료법(제22조, 진료기록부)에는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를 갖추어 두고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시행규칙(제14조, 진료기록부 기재사항)에는 ▲진료를 받은 자의 주소와 성명, 주민등록번호, 병력 및 가족력 ▲주된 증상, 진단결과, 진료경과 및 예견 ▲치료내용(주사, 투약, 처치 등) ▲진료 일시분 등으로 명시되어 있다.
모법 개정으로 의료법(22조)의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는 내용이 의료법 시행규칙(14조) 조항을 적용받게 된다.
다시 말해, 시행규칙에 규정된 기재사항을 모두 명시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자격정지 15일)과 형사처벌(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조만간 의료단체 및 시민단체 등과 간담회를 갖고 진료기록부 기재사항을 구체화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기록부 기재사항 중 병력 및 가족력을 제외하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의료계는 또 다른 규제라고 하나, 의료소송 판결의 토대가 되는 진료기록부를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료단체와 시민단체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기재사항이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며 "개정안이 마련되면 5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시행에 무리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사의 진료방법을 구체화한 의료법 개정도 병행된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전화로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급한 산부인과 모 의사에 대한 형사소송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 의료법(제17조 1항)에는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처방전, 검안서, 증명서를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합헌 판결로 의료법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복지부는 의료법에 명시된 '직접 진찰'의 의미를 '대면진료'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소도시 등의 노인 환자를 중심으로 내원 후 전화진료와 처방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법 개정 논의시 감안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전화진료 일부 허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위해성 여부이다. 환자가 원해 부득이하게 전화진료 후 처방했더라도, 진료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