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의료기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돌연 의료기기단체를 타깃으로 삼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다국적의료기기업체와 수입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송인금)를 조사한 사실이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의료기기업체와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협회가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이하 공정거래규약)의 심의 내용과 이를 준수해 실제 집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자료 일부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규약은 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의료기기 상거래에 관한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은 보건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금품류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상 허용되는 행위별 준수원칙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부행위 ▲학술대회 개최 운영 지원 ▲학술대회 참가 지원 ▲자사제품 설명회 ▲임상시험용 의료기기 제공 및 대여 ▲시장조사 ▲시장조사 외 임상활동 ▲전시 및 광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협회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여러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그동안의 조사 과정에서 다국적의료기기업체들이 협회 공정거래규약 심의 준수를 일종의 면죄부처럼 내밀면서 리베이트 등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협회를 조사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추정은 스텐트 등 치료재료를 취급하는 다국적의료기기업체들을 조사했지만 공정위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협회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규약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에 불과해 관련 심의 건수 등 축적된 데이터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위가 3일이나 투자해 협회 공정거래규약을 조사했다는 건 이전 조사에서 큰 소득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협회 공정거래규약 심의내용을 조사하긴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거래규약 자체가 행여 나올지 모르는 공정위 조사로부터 의료기기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국적의료기기업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료기기업체들이 형식적으로나마 잘 준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욱이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공정위 조사가 의료기기업계에 대한 이해와 정보 부족으로 인해 업체들의 리베이트 관련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이미 리베이트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제약업계와는 또 다른 접근방식으로 의료기기업계의 특수성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채 전방위적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제약과 가장 큰 차이점이 의료기기업체는 제품 사용자, 즉 의사들에 대한 교육을 해야 된다는 점에서 교육연수 및 해외 학술대회 참가 지원, 강의료 지급 등과 관련된 부분에서 리베이트 제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가 이번에 협회 공정거래규약의 심의내용을 살펴본 것도 이전 다국적의료기기업체들의 조사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큰 혐의점을 찾지 못해 더욱 세밀한 조사를 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를 조사하면 리베이트 제공혐의에 대한 포착 가능성이 높은 제약사와 달리 의료기기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액은 적지만 제품에 따라서도 리베이트 제공 유형이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에 공정위 입장에서도 조사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령 치료재료인 '스텐트'만 놓고 보더라도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심장외과 중 어느 과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제공되는 리베이트 유형 또한 임상시험, 해외연수, 의국비 지원 등으로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대한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사전에 포착된 다국적의료기기업체들의 리베이트 관련 혐의점을 입증하기 위한 후속조치였는지, 아니면 이전 조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추가적인 정보 획득의 목적인지 의료기기업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