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단-5개 의약단체 1차 수가협상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수가 협상장에서 사정이 어렵지 않은 곳은 없었다. 의원, 병원, 치과의원, 한의원이 한목소리로 토로한 말이다. 규탄에 가까울 정도였다.
건강보험공단과 각 유형을 대표하는 의약 5개 단체는 20일과 21일 양일간 공단 본부에서 2014년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1차 협상을 벌였다.
특히 21일, 공단 수가협상단은 오전 10시 30분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시작으로 오후 1시 대한의사협회, 오후 3시 대한약사회, 오후 5시 대한병원협회와 릴레이 협상을 진행하는 강행군을 감행했다.
통상적으로 1차 수가협상은 각 단체가 회원들의 현실을 설명하며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공단은 들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공단은 이 자리에서 수렴된 이야기들을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전달한다.
각 단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어려운 경영 현실을 강조했다. 공단은 각 유형들이 처한 현실 중에서도 '일차의료 활성화'에 특히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협은 수가협상에 들어가기 전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알리는 여론전을 펼쳤다.
이는 이번 수가협상에서 수가인상 폭이 다른 유형과는 달리 억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병협은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사상 최대 인상률인 2.2%를 따냈다. 수가인상에 따른 추가 재정 6364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3138억원을 가져간 것이다.
병협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구체적 자료까지 제시했다.
병협에 따르면 병원 80곳의 의료수입과 비용을 조사한 결과 의료수입은 8조 8118억원인 반면, 지출비용은 8조 8321억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203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
이밖에도 병원 휴폐업률, 의료이용 증가율 등을 거론하며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병협 나춘균 대변인은 "그냥 하는말이 아니라 병원 경영이 실제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공단은 건강보험재정 상황을 설명하고 병협이 피력한 적자 여부는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공단과 일차의료활성화에 공감"
반면 의협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협상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1시간여 동안 협상을 진행하고 나온 의협 수가협상단은 협상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협상 현장에 오지도 않은 공보이사에게 협상장 분위기를 물어보라는 황당한 말만 남긴채.
어느 때보다 수가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단을 비롯한 정부와 일차의료 활성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물론, 저수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됐다.
또 의원급 급여비 파이는 10년 사이 10% 이상 줄었다.
의협 관계자는 "공단과 일차의료 활성화에 공감했다. 건보재정이 흑자인만큼 (수가인상에) 반영해 달라고 강조했다"며 짧게 답했다.
이에 공단 관계자는 "의료계는 구체적인 수치 없이 현장의 어려움을 말했다. 힘들다는 게 상대적인 것일 수 있다. 공단은 데이터에 입각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상으로는 진료량에 큰 변화가 없고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증가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사회도 의협과 마찬가지로 약국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일차의료 활성화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의협의 상황에 힘을 실었다.
한의사협회 역시 "환자 증가율이 0.02%에 불과한데다 수익금액도 낮고 보장률조차 줄었다"며 동네한의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치협도 지난해 75세 이상 노인 완전틀니 급여화로 보장성이 강화됐지만 오히려 환자 이용률이 더 떨어져 경영이 악화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