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급 직원인 나는 사장님과 마주칠 기회가 적다. 가끔 회사 복도를 지나가는 사장님을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설령 사장님과 마주친다해도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어색한 눈인사만 할 뿐이다.
평소 사장님과 스킨쉽이 없다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이는 나 말고도 모든 직장인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사장님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사장님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바로 '지정석 없는' 스마트 오피스 제도 덕분이었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를 중심으로 스마트 오피스 제도 도입이 인기다.
말 그대로 지정석 없이 출근 순서대로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 것이다.
GSK 한국법인은 스마트 오피스 제도를 상반기까지 전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11년부터 일부 오피스에서 시행한 스마트 오피스는 최근 전사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 부서도 5월부터 경험하고 있다. 공간 활용으로 조만간 9층과 10층으로 나눠져있던 오피스도 9층 하나로 통합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날 내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사장님을 발견한다면 상당히 낯설겠지만 어느 순간 사장님과 대화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색했던 상사와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타 부서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릴리 역시 지난 2011년 스마트 워크를 도입한 몇 안되는 제약회사다.
이 회사 역시 GSK와 마찬가지로 임원실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실 벽을 허무니 별도의 보고 시간이나 절차가 크게 줄었고 직원과 상사간에 격의 없이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만족해했다.
실제 한 데이터에 따르면, 스스로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통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존과 같은 지정석 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또 이메일 사용 빈도는 줄고 결정권자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다.
'지정석 없는' 스마트 워크. 일부 제약사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