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에 대해 의료기관은 언제까지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하는 걸까.
법원은 이미 손해배상을 했더라도 기대 여명 이상 환자가 생존하고 있는 이상 새롭게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해 주목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는 응급조치상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모씨의 가족이 Y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피고 병원이 7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자 김 모씨는 2006년 Y병원에 입원 후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졌지만 병원 측은 뇌동맥류파열같은 질환을 의심하지 않았고 결국 환자에게 뇌동맥류 파열 초기에 필요한 혈압·뇌압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를 하지 않았다.
기도 유지를 못한 김 모씨는 결국 혼수상태에 빠졌고 법원은 신체감정촉탁결과를 기초로 환자의 기대 여명을 이 사건 사고 후인 2009년 6월까지 인정해 김 모씨와 가족에게 총 9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김 모씨가 기대 여명을 넘겨 현재까지 생존하면서 추가로 치료비와 보조구 구입비, 개호비 등의 비용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김 모씨의 가족은 새로운 신체감정촉탁결과에 따라 환자가 2017년까지 생존할 것으로 예상됨으로 이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하라고 다시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 병원은 기대여명 종료일 다음 날인 2009년 6월 이후부터 새로운 여명 종료일까지 추가로 발생한 치료비와 보조구 구입비, 개호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원고의 정신적 손해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생존이 확실할 것으로 보이는 2014년 말이나 2015년까지는 손해배상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그 이후로는 환자의 생존을 조건으로 정기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피고 병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환자가 기대 여명을 초과해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다"면서 "의학의 발달이나 치료 정도가 향상돼 생존 가능 기간이 연장될 수 있는 점에 비춰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환자와 가족에게 7천만원을 2009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