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태평양 간암 전문가 회의(APPLE 2013)'.
총 665명의 간암 전문가들이 모일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이중 해외 등록자는 절반에 가까운 무려 311명이었다.
그야말로 대호황을 이룬 셈인데 참신한 발표 주제 및 수준 높은 해외연자 그리고 학회측 운영의 묘 등 삼박자가 고루 맞았다는 호평이 나왔다.
6일 현장서 만난 한광협 대한간암연구회장은 "이번 미팅은 간세포암 초기부터 말기 단계까지 각 단계서 필요한 최적의 관리법과 치료법이 무엇인지 등 간암 관리에 관한 실질적인 주제들이 다뤄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주제가 알차다 보니 해외 등록자만 300명이 넘게 운집했다. 전체적으로는 650명이 참여했다. 아태 간암 전문가들이 부산에 다 모였다고 보면 된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문뜩 궁금함이 들었다.
쌍벌제 이후 제약사 지원 등이 위축돼 학술대회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어떻게 주최 측은 연자 등 VIP 66명의 경비를 마련했을까.
여기에는 학회 임원진들의 숨은 노력이 숨어 있었다. 바로 인맥 총동원이었다.
학회 임원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유명 해외 스피커들은 비지니스 클래스나 좋은 호텔이 아니면 안온다. 당연히 체류비나 강연료 등이 많이 든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66명의 해외연자를 모셨다. 경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맥을 총동원했다. 평소에 알던 연자에게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올 수 있냐고 양해를 구했다. 한국만 있는 씁쓸한 현실이지만 유명 해외연자 수십명을 초청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귀띔했다.
이런 에피소드를 설명하던 안 교수는 쌍벌제 이후 학술대회 지원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특히 젊은 의사들이 돈이 없어 최신지견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해외 학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안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열리는 유명 학회는 400만~600만원 상당의 경비가 든다. 제약협회를 통과해 지원을 받아도 어떨 때는 6개월이나 1년 후에 돈이 나온다. 당장 가정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학회 참여를 포기하는 젊은 의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뿐만이 아니다. 좋은 취지로 참여하는 해외 학회 참여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쌍벌제 이후) 정해진 시간 이외에 식사를 하면 실비 정산이 안되는 등 애로사항이 상당하다. 하루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