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 논란 이후 최근 각 전문과목별 학회들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의료윤리를 강화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카바수술처럼 첨예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윤리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진 탓이다.
11일 병원계에 따르면 전문과목별 학회가 윤리위원회 구성을 검토하는 등 학회 운영에 의료윤리에 대한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윤리위원회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곳은 대한심장학회.
대한심장학회(이사장 오동주)는 송명근 교수의 카바수술이 윤리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자 최근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하고 제명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오동주 이사장은 "카바수술 논란을 계기로 윤리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회원 제명조치도 단순히 학회 내부에서 논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윤리위원회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전에 윤리위원회가 있었으면 카바수술에 대해 제동을 걸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윤리위원회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바수술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도 심장학회를 지켜보며 윤리위원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 카바수술의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려면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카바수술 논란 이외에도 앞으로 다양한 신의료기술이 나올 것을 감안할 때 윤리위원회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또한 윤리위원회 구성까지는 아니지만 학회별로 의료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소화기학회는 학술대회에서 의료윤리와 관련해 별도 세션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더 이상 의료윤리와 임상이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대한응급의학회도 국내 응급의학 전문의를 위한 'Policy Statement'(정책준칙)를 마련하는데 의료윤리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응급의학회 유인술 이사장은 "Policy Statement에는 앞으로 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정리해 두는 것으로 여기에는 회원들의 의료윤리 및 행동지침 등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병원협회가 실시한 전공의 지도교수 교육 과정에도 전공의 수련관련 규정, 지도전문의 역할과 책임, 전공의 교육 및 평가방법 이외에 전공의을 위한 의료윤리 과정을 함께 진행됐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윤리학회 최보문 회장(가톨릭대)은 "전공의 지도전문의 교육에까지 의료윤리를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그는 "최근 들어 소화기학회 등 일부 학회에서 의료윤리 관련 강연을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확실히 몇 년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최 회장은 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흉부외과, 응급의학과나 환자의 의식상태가 온전히 않은 환자가 많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의료윤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각 전문학회별로 혹은 의료단체 및 기관에서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임상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왜 필요한지 느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