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거짓청구비율을 높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의사 면허정지기간을 늘리다가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제동이 걸려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A의원 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메디칼타임즈가 16일자로 보도한 것처럼 복지부는 2012년 2월 A원장이 운영중인 의원의 2009년 5월부터 31개월치 진료내역을 현지조사했다.
복지부 실사 결과 A원장은 자궁경부암 검진 대상자들에게 자궁경부 세포검사(Pap test)가 아닌 액상 세포진 검사(Liquid base cytology) 방법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실시한 후 마치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검진비를 청구했다.
이런 방법으로 A원장은 31개월간 건강검진비용 87만원을 거짓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복지부는 A원장에게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거짓청구액이 87만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왜 A원장은 이런 과도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일까?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르면 진료비를 거짓청구하다 적발되면 '월 평균 거짓청구금액'과 '거짓청구비율'에 따라 면허정지기간을 정한다.
복지부는 A원장이 실사를 받은 31개월간 진료급여비용 총액 2832만원 중 87만원을 거짓청구했다며 거짓청구비율을 3.08%, 월 평균 거짓청구금액을 2만 8천여원으로 계산해 2개월 면허정지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복지부 계산식에는 모순이 있었다.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상 거짓청구비율은 (총 거짓청구금액/진료급여비용총액)×100%로 산정한다.
이에 대해 A원장은 "분모가 되는 진료급여비용총액에는 건강검진비용 외에 건강보험공단 및 근로복지공단 등에 청구한 진료급여비용도 합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건강검진비용만 진료급여비용총액으로 산정함에 따라 거짓청구비율이 실제보다 훨씬 높은 3.08%로 나왔다는 것이다.
A원장이 조사 대상기간 동안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진료급여비용 총액을 모두 합산하면 대략 11억 8000만원.
이를 기준으로 거짓청구비율을 산정하면 0.007%에 불과해 A원장은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상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원도 A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은 "A원장이 건강검진비용 중 액상 세포진 검사 비용을 거짓으로 청구했다 하더라도 그 비율을 산출하기 위한 분모에는 건강검진비용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진료급여비용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또 재판부는 "복지부가 현지조사 기간 다른 요양급여 항목의 거짓청구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면서 "건강검진비용 총액만 분모로 해서 허위청구비율을 산출하고, 처분한 것은 위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날 달에도 이와 유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외과의원을 운영중인 박모 원장은 2003년 1월부터 2005년 6월까지 교통사고환자 진료비를 허위청구하는 방식으로 보험회사로부터 1천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2천만원을 선고 받았고, 복지부는 의사면허정지 7개월 처분을 사전통지했다.
박 원장은 "자동차보험 진료비에 대해서도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정지 기간을 산정할 때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산재)이 통보한 진료급여비용을 모두 합산하지 않고 부당비율을 산정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맞섰다.
복지부가 자동차보험회사에 대한 진료비만 진료급여비용총액에 포함시켰다는 주장이다.
보험회사에서 지급한 8100여만원 중 1천여만원을 편취해 월 평균 70여만원(15개월)을 허위청구했으며, 허위청구비율이 13.3%에 달해 7개월 면허정지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복지부는 처분대상 기간 박 원장이 자보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진료비 총액인 1억 5천여만원을 진료급여비용총액으로 산정하지 않고 형사판결 범죄일람표에서 확인한 8천여만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박 원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적용한 것은 위법"이라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창보) 역시 복지부가 의사 K모씨에게 면허정지 7개월 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은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정형외과의원을 개원한 K원장은 2000년 병원 업무과장과 공모해 교통사고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하면서 횟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1억여원을 편취했고, 1천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복지부는 2011년 8월 K원장에게 의사면허정지 7개월 처분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K원장은 "복지부는 2004년 4월부터 10월까지 허위청구비율을 7.9%로 산정했지만 실제로는 2.13%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허위청구비율을 잘못 산정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심 법원은 K원장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