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약사에게 당하고 나니 배신감이 큽니다."
약사들이 싼약을 조제하고 비싼약으로 청구하는 일명 '청구 불일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 개원의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특히 약 바꿔치기를 엄정히 조사해야 할 심사평가원 직원이 사실 확인서를 통해 '눈 감아주기'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5일 동대문구에서 Y의원을 운영하는 모 원장은 "약국의 약 바꿔치기가 그저 남의 일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실제 일어나 놀랐다"면서 청구 불일치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어제(24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약사가 퇴근 무렵 찾아왔다"면서 "약사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처방과 다른 약을 조제했고 이를 묵인해 달라는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약국으로 가보니 이미 심사평가원 직원 두명이 나와 있었다"면서 "직원들도 사실대로 보고서가 올라가면 해당 약국에 행정처분이 나올 수 있으니 확인서에 서명을 해줄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확인서를 써줘도 원장에게는 아무런 해가 될 것이 없으니 약 바꿔치기를 사후통보 절차를 거친 것으로 꾸며달라는 요구였다.
Y의원 원장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약사이기 때문에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황당한 확인서 서명 요구에도 불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해당 약국에서 약 재고가 많이 남았다고 하면 해결할 수 있게 편의도 많이 봐 줬다"면서 "배신감에 해당 약국을 다시 찾아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냐고 따졌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약사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식으로 사과를 전했다"면서 "약국의 80%가 싼 약을 조제하고 비싼 약으로 청구하다는 기사를 보고 설마했는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