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일본 '디오반' 임상조작 파문 여파
지난 2월 유럽심장저널에는 하나의 임상 데이터가 돌연 삭제됐다.
공식적인 사유는 '데이터상 중대 오류'.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은 날로 증폭됐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일본에서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세계서 가장 많이 팔린 고혈압약 '디오반(발사르탄)'의 한 임상 스터디가 조작됐다는 것이었다.
스터디명은 'KYOTO HEART'으로 동양인 대상 유명 랜드마크 임상이었다.
당연히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주요 언론은 앞다퉈 이 사실을 다뤘고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유명한 고혈압약인데다 해당 스터디가 동양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사이세이카이 병원은 '디오반' 처방 중단을 선언하기 이르렀다.
병원은 임상 조작 약 사용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고 동일 계열 약물이 많은데 굳이 디오반을 쓸 이유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임상 조작 사건이 자칫 디오반 처방 중단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의료진은 '디오반' 임상 조작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취재한 국내 주요 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임상조작은 황당한 사건이지만 디오반 처방 변경까지는 확대되지 않을 거라는 견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는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 KYOTO Heart study가 조작됐지만 발사르탄과 관련해 좋은 결과를 보이는 연구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JIKEI-Heart study, post-AMI에서의 VALIANT, 심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Val-HEFT trial 등 좋은 임상 데이터가 나온 발사르탄 주요 임상을 예로 들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하종원 교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디오반은 국내서도 임상을 거친 약이고 효과와 효능도 충분히 입증된 약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약이라 타격은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도 "발사르탄 약제 효과는 분명하다. 임상 조작 연구가 디오반 중심 연구도 아니다. 발사르탄은 KYOTO Heart study 전에도 상당한 수준의 대단위 연구 성과가 존재한다"고 되짚었다.
한마디로 이번 임상 조작 사건이 연구 윤리 문제지 약제 가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디오반 대체 약물은 많다. 다만 이만한 약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적응증 받은 게 워낙 좋다. 널리 쓸 수 있는 좋은 약인 점을 볼 때 이번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백병원 김동수 교수, 고대구로병원 오동주 교수, 서울성모병원 윤호중 교수 등 순환기내과 주요 전문의들도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환자가 디오반 처방 변경을 요구한다면..."
다만 국내 의료진들은 디오반 처방 패턴 변경은 의사 판단이 아닌 환자 요구로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상철 교수는 "방송이나 신문이 워낙 세게 보도하니 환자들이 약제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벌써부터 일부 교수들은 환자들에게 디오반 처방 변경 요구를 받는다고 들었다. 중앙 방송에서 디오반 사건을 크게 부각하다보니 나오는 일이 아닌가 싶다"고 바라봤다.
김형관 교수는 이와 별도로 최근 거론되는 부작용 문제가 처방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나온 디오반 복용 후 피부 부작용이 언급되고 있는데 노바티스도 이를 조사하고 있다. 만일 이 부분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처방 패턴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