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포괄수가제(DRG) 현안으로 대두되는 자궁근종 로봇수술 회의가 비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심평원에서 열린 포괄수가제 전문평가위원회(위원장:강중구, 공단일산병원 부원장)에서 자궁근종 다빈치 로봇수술 급여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전문평가위원회는 위원장을 비롯해 의협과 병협, 관련 학회, 학계(2명), 소비자단체, 간협, 한방 학회, 치과 학회, 치협, 약사회, 약학회 및 심평원, 식약처, 복지부 등 총 16명이 참석했다.
위원장과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학계를 제외한다면 로봇수술 전문성과 무관한 보건의료단체와 소비자단체 등 7명이 참석한 셈이다.
반면, 의협과 병협 및 관련 학회 등 의료계는 3명에 불과했다.
이렇다보니, 자궁근종 로봇수술 포괄수가제 급여에 대한 의료 전문가의 목소리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의료계 위원들은 자궁근종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및 비용 문제 등을 설명하면서 포괄수가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달리 소비자단체는 이미 포괄수가에 포함된 만큼 현행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양측의 입장 차이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와 심평원은 2006년 포괄수가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로봇수술에 대한 별도의 수가와 청구코드도 없이 포괄수가에 포함시킨 바 있다.
문제는 올해 7월부터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자궁수술 등 7개 질환군 포괄수가제를 의무 시행하면서 신의료기술에 입각한 비급여(평균 800만원)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궁근종 로봇수술을 시행 중인 대형병원은 환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참여 정치의 취지는 이해하나 로봇수술을 논의하면서 한방과 치과, 약사회 등 비전문가들이 절반 이상인 것은 결국 복지부 의도대로 끌고 가겠다는 게 아니냐"면서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이어 "안전성과 유효성에 근접한 전립선암도 비급여 인데, 자궁근종 로봇수술을 포괄수가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전문평가위원회 인력풀 구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공무원은 "로봇수술 의사는 이해관계 당사자로 공정한 회의를 위해 배제했다"면서 "건강보험의 특성상 가입자와 공급자를 배분해 랜덤하게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포괄수가제에 포함된 로봇수술의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의료계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다른 관계자는 "첨단 술기를 논의하는데 이해관계 당사자라는 이유로 회의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문가 인력풀을 확대해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전문평가위원회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다음주 중 포괄수가제 전문평가위원회를 열고 자궁근종 로봇수술 급여 제외 여부를 매듭짓고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27일)에 상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