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65세 이상 노인 정액제의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령의 환자들에게 불과 20여만원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줬다가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노인 정액제로 인해 의사들이 자칫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령 환자가 밀집한 지방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환자들에게 1500원 정액제를 맞춰주기 위한 본인부담금 할인이나 청구 누락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대구 동구의 A원장이 낸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건을 기각했다.
A원장이 받은 처분의 경위는 이렇다.
2010년부터 의원을 운영한 A원장은 실제 진료를 받지 않은 두 명의 환자를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가 2011년 5월 현지조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이를 이유로 1개월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A원장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주일도 안돼 다시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이번엔 총 19회에 걸쳐 총 21만 9500원의 환자 본인부담금 할인이나 면제를 해 준 것이 문제가 됐다.
대구지방검찰청은 A원장이 실형 전과가 없고 취득한 이익이나 할인, 면제한 본인부담금 액수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지만 복지부의 판단은 달랐다.
본인부담금 할인과 면제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유인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1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것.
이미 받은 1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에 이어 다시 1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A원장은 소송을 선택했다.
본인부담금 할인과 면제는 일부 고령 환자들의 어려운 경제적 형편을 고려한 것일 뿐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액수도 소액이라는 점, 검찰도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는 점 등을 들어 면허정지 처분은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의료법 위반 행위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면서 A원장의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실제 진료를 받지 않은 환자를 진료기록부에 허위로 작성한 행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해 주는 행위 역시 의료전달체계와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왜곡하고 부실 진료를 가져오게 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는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해도 부과될 수 있다"면서 "제2처분은 기소유예처분을 참작해 행정처분기준의 자격정지기간을 1/2로 이미 감격 적용한 만큼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김용훈 회장은 "의료보호를 대상자가 되지 못한 분들 중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면서 "해당 원장이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본인부담금을 할인한 것으로 보기도 힘든데 법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전했다.
그는 "정액제 때문에 노인 환자들이 진료비는 무조건 1500원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면서 "1500원 이상 본인부담금이 나왔을 때 '못내겠다'고 그냥 가는 경우처럼 불가피한 본인부담금 할인 사례도 발생할 수 있어 정액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