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수가의
절반도 안 된
초음파 수가가 결정되면서 병원계의 암운이 짚어지는 형국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10월부터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의 급여화 방안 등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건정심은 관행수가의 50%에도 못 미치는 조정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른 연간 소요재정은 3317억원이다.
알려진 대로, 건정심에는 의료계안인 관행수가의 70~80%와 정부안인 의료계안의 30% 등도 상정됐다.
문제는 초음파 수가 산정 방식의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초음파 진단의 대표 의료행위인 '간 초음파'를 기준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가 산출의 핵심이 된 의사 업무량은 초음파
진단시간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안은 간 초음파 진단시간을 22분으로, 조정안은 30분, 의료계안은 65분 등으로 상이한 수가안과 유사한 간극을 보였다.
건정심에 참석한 시민단체 등 일부 위원은
초음파 검사 경험을 언급하면서 정부안의 진단시간을 옹호하며 정부 수가안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와 심평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계명대 의료원과 영남대병원 등 병원급과 의원급 10여곳을 직접 방문해 초음파 진단시간을 모니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협 나춘균 위원장은 "초음파는 의사의 숙련도와 집중도에 의한 진단행위이다. 의사별, 질환별 난이도가 큰 진단시간을 일률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춘균 위원장은 "복지부가 수가에서 제외된 도플러 검사 등의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확답해 불만족하나 수용했다"며 "병원급 수가 보전을 위해 입원료 인상과 가산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수가책정 전단계인 행위분류에서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다.
심장학회와 초음파학회 등 관련 학회는 초음파 행위분류를 168개에서 56개로 양보하며 복지부와 간극 좁히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복지부와 심평원은 첫 간담회에서 제시한 43개 행위 분류안을 전문평가위원회를 거쳐 건정심에 그대로 상정했다.
평가위원 20여명 중 복지부와 시민단체를 제외하더라도 의협과 병협, 관련 학회 등 초음파 진료의사가 소수에 불과해 치과의사와 한의사, 약사 등 전문성과 무관한 대다수 위원에게 밀려갔다는 지적이다.
결국, 복지부가 건정심 의결 전 전문성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인력풀을 대폭 확대한 평가위원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셈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 한 부분은 의료기관 종별, 진료과별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건정심에서 의결한 상대가치점수를 토대로 계산해보면(상대가치*환산지수+종별가산), 의원급과 상급종합병원의 수가 차이가 1만원도 안 된다.
심장(경식도, 일반)
초음파의 경우, 종별 가산률(15~30%)을 더해 의원 9만 5090원, 상급종합병원 10만 3510원이며 간 초음파는 의원 6만 5160원, 상급종합병원 7만 930원 등이다.
산모 초음파(임신 제1삼분기)는 의원 3만 5340원, 상급종합병원 3만 8460원 등 모두 몇 천원 차이에 불과하다.
물론, 상급종합병원의 선택진료비(25% 가산)를 더하면 의원급과 차이가 커지겠지만, 복지부가 연말까지 3대 비급여 보장성을 마련한다고 밝힌 이상 가산의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초음파 수가는 암 등 4대 중증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국한되어 있으나, 향후 단계적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단일한 상대가치체계에서 의원급에 비해 대형병원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영상의학과 모 교수는 "의원과 상급병원의 상이한
관행수가와 장비를 동일하게 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라면서 "복지부는 이미 3천억 원 이라는 짜놓은 예산과 수가에 맞추고 의료계 보고 감내하라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초음파 비급여 자료 협조를 꺼린 상당수 병원의 소극적인 행태도 관행수가의 절반도 안 되는 수가결정에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