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기 이전 PMS(시판후조사) 명목으로 300만원 이상을 수수한 개원의를 포함한 의사 21명이 또다시 의사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
의협은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에 금품을 받은 의사들까지 행정처분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정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개원의인 김모 원장을 포함한 의사 21명이 복지부를 상대로 2개월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기각했다.
사건의 경위
C제약사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K씨와 마케팅 대행업체 M사의 H상무는 지난해 2월 약사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K씨는 C제약의 소화성궤양용제 전문약 R 등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2009년 4월 M사와 'PPI제제 처방패턴 조사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평소 C제약의 의약품을 많이 처방해 주는 전국 병의원을 상대로 한 페이지 분량의 조사를 의뢰하고, 조사 대가로 건당 3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C제약 영업사원들은 의사들을 방문해 설문조사를 받았고, M사는 C제약이 통보해 준 의사들의 명단과 금액에 따라 조사응답료를 송금했다.
이런 방식으로 C제약은 2009년 5월부터 11월까지 총 230회에 걸쳐 219명의 의사들에게 2억 9727만원을 지급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이들 중 3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한 의사 21명에 대해 의사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복지부는 구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 등) 제1항 제1호(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전공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적용했다.
의사들의 주장
이에 대해 의사들은 2009년 초 탈크를 원료로 사용한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면서 의약품 1122개 품목이 회수됐는데 이중 의사 처방약이 563개를 차지했고, 개원의들이 흔히 처방하는 진통소염제, 위장관계 약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고 환기시켰다.
이들은 "때마침 C제약 영업사원들이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에 대해 시판후조사(PMS)를 의뢰함에 따라 탈크 의약품의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들은 "연구 수행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일 뿐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고, 설령 C제약이 처방에 대한 대가로 금원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이를 인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정 사실
C제약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원래 의사들에게 설문지 1장당 3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영업사원들이 금액이 너무 적다고 항의해 결국 처방수량을 기준으로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M사 직원 역시 "개인적으로 이번 PMS는 정상적인 설문조사가 아니고 실질적으로는 의사들에게 돈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진술서를 남겼다.
법원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은 설문조사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약품 채택이나 처방 유지와 관련한
금품 수수라고 보는 게 타당해 행정처분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M사가 시장조사를 주관해야 하지만 C제약의 지시에 따라 의사들에게 금원을 지급했을 뿐이고, 설문지 분량이 1장에 불과하며, 약의 안전성이나 부작용, 효과 등을 검증하거나 연구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C제약은 의사들이 작성한 설문지 수량이 아니라 처방수량에 따라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설문지가 회수되기도 전에 금원을 지급해 설문지는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수수자 처벌 파장
의협은 최근 '의사 인권탄압 중단 촉구 대표자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에 금품을 수수한 의사들까지 면허정지처분을 계속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반면 복지부는 쌍벌제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에 대한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이라 하더라도 금품 수수로 인해 면허정지처분을 받는 의사들이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의정 갈등도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