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지정한 의료기기 시험검사기관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의료기기업체들을 볼모로 잘못된 시험검사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업체들은 식약처 인허가를 받기 위해 시험검사기관에서 의료기기의 전기ㆍ기계적 안전성 검사 후 검사성적서를 발급받아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종전에는 IEC 60601-1 2판이 전 세계적인 전기ㆍ기계적 안전성 관련 공통규격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층 규격이 강화된 IEC 60601-1 3판 도입이 제도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에게 비상등이 커졌다.
실제로 유럽은 2012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2014년부터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내수시장 판매를 위한 인허가는 기존 IEC 60601-1 2판으로 시험검사를 받되 해외수출의 경우 IEC 60601-1 3판으로 시험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비용부담이었다.
시험검사 한번을 받는데 보통 품목별로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의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국내와 해외 인허가를 위해 다수 품목에 대한 시험검사를 중복해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자 식약처는 지난 5월 8일 '의료기기의 전기ㆍ기계적 안전에 관한 공통기준규격 전부개정고시'를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는 전자의료기기 국제규격 전면 재개정 등 국제적 안전기준 강화 추세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최신의 국제규격 IEC 60601-1 3판을 도입해 국내 의료기기의 안전과 품질 수준을 제고하고자 고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업체들이 단시간 안에 IEC 60601-1 3판에 따라 시험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의료기기 등급별로 적용시기를 차등화 했다.
이에 위해도가 큰 3ㆍ4등급은 2014년 6월 1일, 2등급의 경우 2015년 6월 1일, 1등급은 2016년 6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기로 한 것.
여기에 3ㆍ4등급 의료기기 중에서도 기술적인 격차가 있어 IEC 60601-1 3판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품목에 대해서는 별도 예외기간을 두기도 했다.
문제는 일부 시험검사기관들이 관련 고시 부칙과 특례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고시 부칙 2조(적용례) 1항에는 "(IEC 60601-1 3판 도입은) 고시 시행 이후 최초로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의료기기부터 적용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2항에서는 "고시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의료기기 제조(수입) 허가신청서, 의료기기 허가사항 변경허가신청서를 접수한 경우에는 종전 규정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부 민간 시험검사기관들은 업체들에게 아직 고시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IEC 60601-2판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식약처가 지정한 시험검사기관들조차 관련 고시 규정을 알면서도 수익확대를 위해 일부러 업체들에게 잘못된 시험검사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즉, 고시에는 허가 절차의 특례(부칙 3조)를 통해 "의료기기 제조수입기업들은 개정 고시 시행일 전이라도 개정 규정에 따라 의료기기 허가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동 허가(신고) 절차가 개정 규정 시행일 이전에 완료된 경우에는 개정 규정 시행일 이전이라도 허가(신고)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말은 고시 시행일 이전이라도 IEC 60601-1 3판으로 검사를 받아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 지정 시험검사기관들이 개정된 고시 규정을 몰랐을 수 있지만 당장의 수익 때문에 규정을 알면서도 업체들에게 잘못된 안내를 하고 중복시험검사를 했다면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