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손해보험사들의 진료비 지급 지연이나 각종 고발, 고소 남발에 대한 개원가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의료배상책임보험사들도 병의원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일부 보험사들은 의료과실에 따른 보상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험급 지급을 거부하거나 환자에게 직접 병의원과 소송할 것을 종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K병원은 최근 의료과실 문제로 환자와 다투다 황당한 경험을 하게됐다.
발단은 이렇다. 어지럼증이 예상되는 환자에게 치료 조치를 한 후 부축 등 주의 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환자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
환자는 낙상 사고로 다리 골절상을 입게 됐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병원은 사고 발생이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서 발생했다는 판단에 따라 가입해 있던 의료배상책임보험사에게 사건을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K병원의 대리인 자격으로 환자를 만난 보험사 손해사정인이 병원과 상의도 없이 본 사고는 병원 측 과실이 있고 보상과 관련해서는 해당 병원에 직접 문의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준 것.
K병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고객은 병원인데 어떻게 환자를 만나 이 사건에 과실이 병원에 있다는 내용의 서면 자료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분통이 터진다"면서 "보험급을 주지 않기 위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렇게 일을 처리한 것에 황당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보험사가 뒤통수를 친다면 어떻게 믿고 의료배상책임보험에 들 수 있겠냐"면서 "다른 보험사들은 병원 내 낙상 사고를 대부분 의료과실로 처리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의 S산부인과도 최근 의료배상책임보험사와 관련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S산부인과는 환자가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가입해 있던 의료배상책임보험에 도움을 요청했다.
수 년간 보험을 가입해 있었고 갱신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의료배상을 받는데 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보험사는 의료과실의 보장은 최근 보험 갱신 시점부터 재적용 되기 때문에 갱신 이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해 줄 수 없다고 나온 것.
해당 산부인과는 "수년간 보험계약을 하고 갱신도 했는데 보상을 안해준다는 말에 황당할 따름"이라면서 "소급담보일자라는 조항을 넣어야만 갱신 이전 사고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는 말은 보험사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