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는 10년간 진료를 금지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이하 아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주최하고, 의협, 치협, 간협, 병협이 공동 주관한 '아청법 합리적인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26일 국회에서 열렸다.
2012년 8월 2일 개정된 아청법은 아동과 청소년,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확정된 의사는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 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의료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
발제에 나선 임병석 의협 법제이사는 "이 법은 성범죄자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임에도 성범죄를 행한 의료인을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 법제이사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병리과 등의 의사까지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아청법은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 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이들을 보호하는 것인데 성인 대상 범죄자까지 포함해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환기시켰다.
지정토론에 나선 치협 이강운 법제이사는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아청법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례1>
치과의원 원장이 직원들을 야단쳤다. 그랬더니 직원들은 원장이 성추행했다고 고소해 법정 구속됐다.
<사례2>
치과의원 직원이 원장과 면담하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원장은 임금 인상폭이 과하다고 난색을 표하자 갑자기 직원이 "원장이 성추행하려고 했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원장을 고발했다.
<사례3>
미혼인 치과의사가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러자 그 여자친구는 "나와 헤어지면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사업단 박용덕 정책위원도 아청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취업 제한 기간을 10년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기간을 차등적용하는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병리과 등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는 의사들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과다하다"며 의협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연세대 법대 한상훈 교수 역시 아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아청법은 고대의대 성추행 사건 등에 편승한 측면이 있다"면서 "성인과 아동 대상 성범죄를 구분해야 하며, 10년간 획일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고의수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자 모 공중보건의사는 "의사는 진료실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없어 환자측이 성추행 당했다고 하더라도 방어할 수가 없다"면서 "실제 이비인후과 의사는 여자 환자의 귀를 보다가 다리에 닿자 성추행으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은 진료를 할 수가 없다"면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