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
장마철,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유비무환' 현상을 겪은 개원가가 이번엔 가을철 기후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예년과 다르게 기온이 높은 현상이 이어지면서 독감 접종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언론, 방송 매체에서도 독감 관련 소식이 끊겨 독감 백신을 반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18일 개원가에 문의한 결과 10월 중순에 접어든 현재 예년과 다르게 독감 접종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광주의 U 원장은 "오후가 되면 늦더위처럼 더워지는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면서 "평년 기온이 높은 탓인지 독감 접종 수요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독감 접종 시즌이 주로 9월부터 10월에 집중되는데 올해는 10월이 다 가도록 수요 부활이 없다"면서 "높은 기온 탓인지 독감뿐 아니라 다른 유행성 질환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수요가 형성되는 것은 주로 언론이나 방송에서 독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라면서 "매년 방송을 타던 독감 뉴스도 올해는 자취를 감춰 수요 부활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개원의는 백신의 반품까지 고려하고 있다.
영등포구의 J 원장은 "작년에 맞춰 200개 정도 백신을 구매했는데 지금 상태로는 절반은 반품해야 할 판"이라면서 "갑자기 유행을 타면 백신이 동이 나는 때도 있어 매년 수요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개원가에서는 우스개 소리로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뜻으로 '유비무환'을 쓰기도 한다"면서 "장마철에 환자가 별로 없었는데 이런 현상이 가을까지 이어져 안타까울 뿐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변의 독감 덤핑 사례도 끊이지 않아 독감 접종 시장의 질서 자체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올해 백신 사입가도 작년에 비해 두배 정도 올랐는데 접종비를 올려받지도 못하는 등 독감 접종은 개원가의 계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