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경우지만 자보심사 위탁 이후 조정·삭감률이 40%대로 올라갔다는 회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개원영상의학과의사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자보) 심사 위탁과 관련, 칼을 빼들 조짐이다.
법적인 삭감 근거가 없는 항목에도
삭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회원들로부터 황당한 사례를 모아
집단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27일 대한개원영상의학과의사회는 백범기념관 1층 컨벤션홀에서 제17회 추계 연수교육 및 총회를 열고 최근 이슈가 된 심평원의 자보심사 위탁과 삭감 근거에 대한 법적 쟁점들을 짚었다.
먼저 '자동차보험 청구 길라잡이'를 발표한 정용진 의료전문변호사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서 제4조와 5조에 삭감 기준이 마련돼 있다"면서 "하지만 이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도
개원가의 삭감 사례가 많아 원성을 사고 있다"고 운을 뗐다.
진료의 기준 제4조는 '의료기관은 교통사고 환자의 조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필요한 진료에 최선을 다하되 그 진료는 보편 타당한 방법 범위 및 기술 등에 따라 이를 행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진료수가의 인정범위를 규정한 제5조 역시 수가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를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진료비나 기왕증 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변호사는 "이 항목 외에는 법적으로 삭감의 근거가 없다"면서 "반면 심평원은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다른 기관의
의뢰를 받아 촬영한 경우에도 과잉 진료 등의 이유로 삭감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상의학과 개원의는 다른 임상의가 영상 촬영을 의뢰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법적 근거도 없이 CT나 MRI를 남발했다는 식으로 삭감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정 변호사는 "삭감된 것은 10일 이내에 자보진료수가 심사업무처리에 관한 규정의 별도 서식에 '심사결과통보에 전부 불복이므로 이의를 제기한다'고 써서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면서 "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소송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도 나왔다.
안창수 회장은 "7월부터 심평원에 자보심사가 위탁된 이후 체감 삭감률 상승을 호소하는 회원들이 늘었다"면서 "임상과의 판단 아래 촬영 의뢰를 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가 단지 촬영을 했다는 이유로 삭감과 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창석 총무이사는 "삭감액보다 더 큰 변호사 선임료 때문에 소송을 쉽게 할 수 없지만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면서 "전국적으로 삭감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피해 회원들을 모아서 집단소송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건 당 3D CT의 삭감 금액이 3만에서 4만원에 달해 이런 사례만 모으더라도 상당한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평원의 무리한 삭감이 계속된다면
법적으로 삭감 근거의 타당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의사회는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에 안창수 회장(연임)과 대한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를 대한개원영상의학과의사회로 개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