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서울 강동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건보공단에서 발송한 우편물을 받았다. 건강검진 알림장인가 싶어 뜯어보니, 아내와 자녀가 최근 3개월 동안 방문한 의료기관 명과 진료 내역이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본인부담금 등 진료 받은 내용과 다른 경우 체크해 줄 것과 함께 '진료내용 신고', '부당청구 요양기관 신고' 등 포상금 지급 안내서 등이 들어있었다. A씨는 자녀가 감기 등으로 의원급을 방문해 3500원도 안 되는 진료비를 냈는데, 본인부담금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공단 안내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했다.
건보 공단이 무작위 수진자 확인 등 의료기관을 겨냥한 환불 유도 활동을 지속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복지부가 최근 공단 수진자 조회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수진확인 중단 등 개선의지를 천명한 시점에서 발생해 의정 간 신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행태라는 지적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공단이 지난달 무작위 수진자 조회를 통해 A씨를 비롯해 전국 100만명에게 의료기관 내원일과 본인부담금 등 진료비 확인을 요구하는 안내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칼타임즈'에 제보한 A씨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가족들이 서울 강동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내용이 공단 안내문에 상세히 적혀 있었다.
5월 E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방문해 본인부담금 2400원을 납부한데 이어 같은 달 F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두 차례 내원해 각각 3400원을 지불했다.
공단은 A씨 가족의 진료내용 항목 밑에 '신고사항'을 별도로 마련했다.
여기에는 ▲진료 받은 사실 없음 ▲본인부담금이 다름 ▲일반으로 진료를 받음 등의 예시 중 사실과 다른 사항에 체크해 줄 것과 신고인 서명과 전화(휴대폰) 번호 등 신고양식도 게재되어 있다.
공단은 또한 '이 안내문은 진료비를 납부해야 하는 내용이 아니며, 진료 받은 내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더불어 '공단은 국민의 알 권리 신장과 국민 부담으로 마련한 보험재정을 지키기 위해 진료 받은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면서 신고 포상금 지급 안내까지 동봉했다.
진료내용을 신고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환수한 부당금액의 40%(최고 500만원)를, 부당청구 요양기관 신고시 최소 1억원(일반신고인 최소 500만원)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자세히 설명했다.
알다시피 건보공단의 수진자 조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차별적 수진자 조회에 따른 진료비 확인 등 환자와 의료기관의 갈등을 유발한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복지부와 공단은 '자제', '개선'는 상투적 입장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복지부에서 최근 열린 '의원급 진료현장 모니터단' 회의에서는 건보공단의 무작위 수진확인을 불필요한 규제로 규정하고 개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회도 지난달 공단 국감에서 수진자 조회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과 문정림 의원은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확인 목적으로 수진자에게 최근 5년간 발송한 진료내역 통보 비용이 38억원에 달하나 실제 환수금액은 64억에 불과하다면서 공단의 방만한 사업과 재정 운영을 꼬집었다.
하지만 공단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수진자 조회에 따른 진료비 확인 신고 안내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이라면서 "환수 건수가 발송 건수 대비 5%에 불과하나 요양기관의 부당청구를 견제하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통계분석 프로그램으로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병의원을 중심으로 발송 명단을 선정한다"며 "올해도 매 분기별 100만명에게 진료비 확인 안내통지서를 발송했다. A씨의 경우도 이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의 수진자 조회 개선 입장과 관련, "아직까지 복지부로부터 어떤 지침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하고 "지침이 없는 한 보험재정을 관리하는 보험자로서 공단의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공단 안내문을 받은 A 씨는 "환자의 알권리를 높인다는 공단의 취지는 이해하나, 큰 수술이나 비급여 시술도 아니고 3400원 진료내역을 보내고 부당청구를 신고해달라니, 의료기관이 모두 불법적인 곳이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