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26일 의협 3층 회의실에서 17기 정기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정총에서 화두는 입법예고가 진행중인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한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을 통해 복지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등 8개항에 대해 수련병원이 직접 복지부에 이행 사항을 보고하도록 조치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수련병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병협은 최근 신임위원회를 열고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 수련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대한 후속조치다.
수련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내로 조정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원 감축 등의 제재 조치가 내려진다.
하지만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되는 이번 조치가 고년차 전공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이날 정총에서 전국 수련병원 대표들은 각 수련병원들이 80시간 근무제를 무기로 삼아 곧 전문의 시험에 들어가야 하는 4년차 전공의들에게도 업무를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련병원들이 복지부와 병협이 방침을 정한 이상 3~4년차 전공의라 하더라도 80시간 이상은 근무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A수련병원 대표는 "결국 1~2년차 전공의 업무를 전문의 시험을 앞둔 4년차들에게 떠넘기는 돌려막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고년차 전공의들은 페널티를 받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불만이 이어지자 대전협은 소송 등의 압박을 통해 이러한 돌려막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장성인 회장은 "수련환경 개선 TF에서도 분명 80시간 근무제는 1년차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합의된 사안"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4년차들은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3~4년차 전공의들은 이미 1~2년차에 100시간이 넘는 근무를 감내했다"면서 "80시간 근무제를 무기로 이들에게 업무를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전협은 만약 이러한 사례가 지속해서 나올 경우 초과근무수당 소송 등을 통해 수련병원들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최근 인턴이나 전공의들이 소송을 통해 근로수당 소송에 승소하고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이러한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1~2년차 때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를 감내한 것은 4년차에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한 시간을 준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80시간 근무제를 무기로 기대했던 보상을 없애려 한다면 1~2년차에 초과근무했던 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병원들과 정당한 대가에 대한 조정이 목적"이라며 "결국 복지부가 어정쩡한 정책을 급작스럽게 내놓으면서 오히려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수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