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8두3975'
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는 5년 전에 나온 판결인데도 사건번호를 잊을 수가 없다.
사무장병원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첫 판례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신고 및 검사·측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요양급여가 되는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요양급여비를 받았다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것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즉,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인데 요양급여비를 타간 것에 대한 건보공단의 환수 조치가 정당하다는 것.
김준래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다. 대법원 판결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그의 관심은 '사무장병원'에 쏠려있다.
그는 "의사들이 의료행정법리를 몰라서 사무장에 솔깃해 속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원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의사나 나이가 있어서 쉬려고 하는 의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면 명예에 오점뿐만 아니라 환수액이 크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사전에 많은 계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발의한 사무장도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보법 및 의료법 개정안도 늦은감이 있지만 꼭 있어야 한다고 반겼다.
김 변호사는 "근본적 원인 제공자인 사무장을 행정처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사후적으로 의료인을 구제해 줄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필요하다. 특히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사회공헌할 수 있는 대체적 수단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건보공단은 지난달 새로운 사무장병원 유형 등 정보공유를 위한
'기업형 사무장병원 대응 대책반'을 만들었다.
10여명으로 꾸려진 대책반은 한달에 두차례씩 모인다. 김준래 변호사는 대책반장을 맡았다.
정의로운 법조인을 꿈꾸던 시골 어린이 "건보법은 꿈"
김준래 변호사의 좌우명은 '앞을 보고 살아가자'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에서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재밌다"고 표현했다.
9년 전인 2005년 건강보험공단과 처음 인연을 맺고 기획조정실 산하 법규부 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김준래 변호사.
2009년이 되어서야 법규부는 법무지원실로 승격됐고 변호사도 2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법'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사법연수원에서는 볼 기회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국민건강보험법'은 그에게 새로움 그 자체였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는 엄청 어려웠다. 선진국일수록 복지에 중심을 두는 만큼
우리나라도 앞으로 건보법이 기반인 보건복지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건보법은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고, 로펌이 아닌 건보공단에서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정의'와 '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초등학교 때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을 보고 법조인을 꿈꾸게 됐다. '검사와 여선생'은 남편을 죽였다는 살인 누명을 쓴 한 여성이 옛 제자의 도움으로 석방된다는 내용이다.
그는 "영화에서 검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고인을 위해 증거를 차근차근 모으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참 정의로운 직업이구나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법대에 들어가는 게 꿈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학교에서 장애우를 위한 봉사활동을 한달에 한번씩 나가면서 우리 사회에 약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의 편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래 변호사는 '약자'의 입장을 '변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자신이 시골 출신이라는 데서 찾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 충남 아산에서 서울로 소위 말하는 유학을 왔다.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 때의 나누는 것, 정에 대한 정서적인 부분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 변호사의 꿈은 '보건의료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보건의료는 고시, 행정입법으로 운영되는 게 많기 때문에 법령이 상당히 어렵고 수많은 법령이 산재해 있다. 이쪽 분야에서 힘 닿는데까지 공부해 많은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