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한국형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모형 즉, 지역별로 중추적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20일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창립 5주년을 기념해 '위기의 중소병원'을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에서 중소병원의 생존 방안으로 ACO모형을 제시했다.
준공공병원 성격의 지역중추병원이 권역별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해 자립적으로 제공하는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1, 2차병원은 물론 장기요양까지 아우르는 한국형 통합의료 모델이 위기에 내몰린 중소병원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영난이 극심한 중소병원은 자체적인 퇴출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극심한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몇가지 정책적 대안이 제기됐지만 현재 정부 정책을 뒤집을 만한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중소병원의 어려운 현실을 재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
이왕준 이사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구당 병상수가 OECD평균을 추월해 공급과잉 상태에 빠졌다"면서 "실효성 있는 공급 억제 정책은 전무한 상태로 개원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무한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인정할 지 모르겠지만 현재 병상 수급 정책은 실패"라고 꼬집었다.
지난 1990년대 12만 5천병상이, 2000년대 10만 8천병상이 각각 증가했는데 이는 20여년간 약 22만병상이 늘었다고 하면 매달 8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이 설립된 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양균 교수(경희대)는 "대도시일수록 상급종합병원일수록 의사는 물론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인력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의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처우를 개선하거나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졌다.
토론에 나선 중소병원협회 김상일 총무위원장은 "위기는 다른 게 아니다. 투명하게 병원을 운영하는 중소병원들이 경영난을 겪어야 한다는 게 바로 위기"라면서 중소병원 육성에 무관심한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김철중 조선일보 기자는 중소병원이 생존하려면 지역 친화적인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이왕준 이사장이 제안한 한국형 ACO모형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최근 몇 병상부터 중소병원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지적이 많아 중소병원 대신 중견병원협의체를 구성해 인력수급 및 수가 문제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왕준 이사장이 중소병원의 퇴출구조를 마련해줄 것을 제안했는데 일각에선 또 다른 몸집 불리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다른 연자와 상반된 주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소병원이 진짜 위기였던 적이 있었는가 의문"이라면서 "위기의 산업이라고 하기엔 의료 종사자는 물론 의료기관 수가 급증하는 등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료인력난이 극심한 것도 중소병원이 다른 직종에 비해 근로여건이 좋지 않고, 임금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중소병원의 경영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