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은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만성기환자의 가정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요양병원의 재활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김덕진 회장은 최근 제21회 일본만성기의료학회·제3회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에 참석해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했다.
한국 노인의료, 만성기의료가 가야할 방향은
정부나 의료공급자가 노인 관련 의료제도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만성기의료협회가 소비자 중심의 노인의료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일본은 2025년 이후 인구 감소에 대비해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한국은 고령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논의하고 있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 기능을 우선적으로 정립하고, 만성기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노인들이 와상상태로 10년 이상 병상에 누워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들이 잔존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활치료에 힘쓰야 한다.
일본 역시 과거에는 만성기병원에서 장기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점차 가정복귀율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정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근본적으로 지역별 병상상한제를 시행해 적정 병상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우후죽순식으로 병상을 늘려 포화상태가 되다보니 의료 질을 보장할 수 없고, 보험 재정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별 병상상한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환자들을 조기에 가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활치료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본 만성기병원들이 환자 중심의 의료를 강화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요양병원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선 경영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경영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끊임없이 스탭들을 교육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김 회장께서 경영하는 희연병원의 경우 교육열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52차에 걸쳐 1천명이 넘는 직원들을 일본에서 연수받도록 했다. 1년에 5~6회 해외연수를 시키고 있다. 또 만약 직원들이 욕창을 포함해 특정 분야를 연구하겠다고 하면 5~6명 단위로 일본의 선진 병원에 파견 보내 교육하고 있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효과 역시 크다.
현재 희연병원은 자체적으로 신체구속 폐지, 탈기저귀, 탈변비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11개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만간 연구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직원이 연구에 참여하게 되고, 좋은 사례를 요양병원에 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만성기의료학회 학술대회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의료기술은 일본과 거의 대등하고 일부는 앞서 있다. 그러나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는 게 있다면 이념과 철학이다. 요양병원은 환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지하고 배려해야 하며,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이런 교육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3배 정도 수가가 높다고 들었다. 한국 수가체제의 문제점은 없나.
현실적으로 뇌졸중이 발생하면 신체 장애 외에 언어장애가 동반되지만 일본과 달리 언어재활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다보니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건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특히 환자들의 가정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치료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건강보험 수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만성기환자들을 가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마치 요양병원은 재활치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 협회에서 중점 추진할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신체구속 폐지를 통한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 '신체구속 제로를 창조한다' 번역본을 발간해 회원 병원에 배포하고 있다.
또 일본의 욕창, 치매환자 관리 전문가들을 초청해 전국 요양병원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부곡에서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 개최할 예정인데 많은 분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등록비를 낮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