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올해 건정심 마지막 회의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보건복지부는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3대 비급여 제도개선 진행상황을 비롯한 11개 안건을 상정, 의결했다.
지난 8월말 건정심에서 초음파 급여화 적용을 결정한지 4개월 만에 열리는 첫 대면 회의이다.
건정심 위원들은 이날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애볼트라' 위험 분담제 첫 적용을 놓고 장시간 논의를 벌이고, 11개 안건을 처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의협은 건정심 회의가 끝난후 미소를 띄었다.
가입자단체와 공익단체 모두 만성질환관리제(이하 만관제) 모형개발과 관련해
한 마디 질문도 없었던 것이다.
지난 6월 19일, 의원급 및 약국 토요가산 확대 적용이 의결된 건정심 회의에서 복지부와 의협이 약속한 사항이 만관제 개선방안이다.
당시 복지부는 의협이 제시한 일차의료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모형 개선방안을 마련해 9월 중 건정심에 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현행 만관제 대안으로 ▲보건소 개입 금지 ▲만성질환 표준치료지침 및 관리 프로토콜 연구 ▲만성질환 시범사업 실시 ▲IT 기반 의원급 중심 만성질환 관리모형 등 새로운 모형을 제안했다.
하지만, 개원의단체와 시도의사회는 만관제를 총액계약제와 주치의제 전 단계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 집행부는 사실상 백기를 들며 만관제 관련 논의를 모두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영 장관 사퇴와 국정감사, 문형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복지부 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되면서 건정심이 12월이 되서야 열린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이 제안한 만관제 관련 어떤 문의나 질문도 없었다"면서 "오랜만에 열리는 회의이고, 안건이 많다 보니
모두 잊고 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가입자단체 관계자는 "논의 안건이 많아 의협이 설명하기로 한 만관제 새로운 모형을 잊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라며 "신년에 열리는 첫 건정심에서 만관제 모형개발 등
의협 이행상황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의협 관계자는 "건정심에서 만관제 모형개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무런 언급이 없어 다행"이라면서 "만관제에 대한 회원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어떤 입장도 내놓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복지부 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건정심 내년 첫 회의가 만관제 개선방안 이행 여부를 놓고 가입자단체와 의협의 설전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