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뜨거운 것보다 미지근한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15일 의사대회를 앞두고 시도의사회, 각개협, 의료계 단체 등을 취재하며 느낀 분위기는 아직도 투쟁의 당위성에 대해 잘 모르거나 패배감에 빠진 의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국민들이 늘상하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처럼 의사들도 원격진료나 영리병원의 파도를 우려하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우리는 의약분업의 패배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언제 우리가 한번이라도 정부를 상대로 이겨본 적이 있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투쟁 동력이 끓어오르지 않는 이유가 오히려 납득이 간다"면서 "솔직히 정부의 완강한 관치행정을 보고 있으면 무기력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다른 의사단체 임원은 "지난 해 휴진 투쟁의 실패가 후유증으로 남았다"면서 "임원들이 아무리 투쟁! 투쟁! 외쳐도 의사들 자체가 큰 기대를 접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직도 원격진료나 영리병원 등의 위기에 대해 잘 모르는 회원을 만날 때도 있다. 시도의사회 등 임원진은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회원들은 덤덤한 상황.
그런 의미에서 15일 집회는 대정부 투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한번 쯤 의료계도 승리의 기쁨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툭하면 의사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기조 아래 흔들리지 않는 정부의 목소리.
"외면하는 한 변하지 않는다"는 마르고 닳도록 들은 이야기에 이번 만큼은 의사들이 과연 귀를 기울여 줄까?
'냄비 속 개구리' 우화는 좋은 메세지를 전달한다. 때로는 뜨거운 것보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미지근한 외면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