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H병원 사건을 계기로 약사법상
'의사 직접 조제'가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
법무법인 세승은 최근 의사가 입원환자 약을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약사법 제23조 제4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부산의 H병원은 약사법 위반, 사기 등으로 적발돼 최근 대법원에서 벌금형과 함께 23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 징수처분까지 확정됐다.
H병원은 1주일에 3일 근무하는 조건으로 약사를 고용해 원내 조제 업무를 맡겼고, 약사가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의사의 관리 감독 아래 간호사들이 조제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H병원 홍모 원장은 2011년 7월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음에도 무면허자인 조제실 직원이 의약품을 조제하도록 했다가
약사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가 해야 한다.
다만
약사법 제23조 제4항은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의약품을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는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07년 "의사의 직접 조제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의사가 실제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를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지휘 감독했거나 적어도 병원 규모와 입원환자 수, 조제실 위치, 사용되는 약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춰 실제 지휘 감독이 가능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환자에 대한 의사의
복약지도도 제대로 이뤄진 경우라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 판례로 인해 H병원은 의사의 지휘 감독을 인정 받지 못했고, 홍 원장은 면허정지 10개월, 의료기관 업무정지 10개월 처분까지 받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는 "의사의 직접 조제와 관련해 대법원은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이라는 추상적인 기준을 판시했지만 여전히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 약사 인력난, 병원과 원외약국간 수가체계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 직접 조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적용할 경우 약사법 위반으로부터 자유로운 병원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 종합병원 10곳 중 4곳 이상은 병원 약사가 1명만 근무하고, 병원, 의원뿐만 아니라 보건소 등도 법적 기준에 미달하고 있는 게 현실이어서 전국 대부분의 병원이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병원의
의약품 관리료는 30원에 불과한 반면 원외 약국의 의약품 관리료는 1890원으로 63배 차이가 나고 있다.
동일한 30일분을 처방해도 원외 약국 수가는 상급종합병원 약국에 비해 4.2배 높다.
현두륜 변호사는 "약사법 조항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약사에 비해 의사의 조제권을 제한함으로써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 변호사는 "
의약분업 예외로 규정한 약사법 제23조 제4항의 '의사의 직접 조제'에 대한 최초의 헌법적 문제제기를 통해 의사 진료권에 대한 법적 평가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