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병원은 전무. 협력병원은 3개. 관동의대의 현 주소다.
전국을 돌며 마지막 동아줄을 찾아 헤매던 관동의대가 또 다시 연명을 위한 카드를 빼들었다. 이미 수차례 써먹은 의대 협력병원 협약이다.
농성과 집단 휴학으로 압박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여기에 폐과를 언급하는 교육부. 전방위 압박을 이기지 못한 명지재단의 마지막 몸부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관동의대와 분당제생병원은 오는 28일 분당제생병원 대강당에서 관동의대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협력병원 전환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분당제생병원은 의대 협력병원 전환에 따른 준비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게 된다. 관동의대 교육병원 전환을 공식화하는 수순이다.
이에 따라 관동의대는 부속병원 없이 무려 3개의 교육 협력병원을 보유하게 됐다. 광명성애병원과 분당제생병원, 제일병원 등이다.
관동의대가 광명성애병원에 새롭게 둥지를 튼 상황에서 분당제생병원과 협력병원 협약을 체결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부속병원으로 전환하겠다던 프리즘병원은 이미 사실상 소유권을 잃었고 적자를 떠안더라도 건물만이라도 챙겨보려던 강원도의 A병원과 충청도의 B병원 인수도 불발로 끝났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며 교육부는 폐과를 언급하며 칼을 갈고 있고, 학부모들은 재단까지 점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언가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의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결국 우선 협력병원을 하나 늘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복안이지만 이미 광명성애병원을 통해 한차례 써먹었던 방법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눈총만 사는 꼴이 됐다.
명지병원에서 프리즘병원으로, 또 다시 광명성애병원으로 학생들이 떠돌이 교육과 실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분당제생병원으로 다시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다.
또한 교육부와 학생들, 학부모들에게 조만간 부속병원 정상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해 놓고 결국 협력병원을 하나 늘려 교육을 하겠다는 방침에 배신감도 크다.
관동의대 의학과 비상대책협의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떠돌이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동의대가 임시방편의 돌려막기를 지속하고 있다"며 "협력병원을 전전할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부속병원 마련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의료계와 병원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이미 의대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상황에서 이를 유지하려 꼼수를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이미 프리즘병원 사태를 겪으며 관동의대는 부속병원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이 판명나지 않았느냐"며 "불과 몇십억 때문에 짓던 병원까지 뺏기는 상황에 부속병원 건립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의대를 팔겠다고 나서는 것이 더 꼴 사납지 않겠다"며 "이제 그만 강제로라도 호흡기를 떼야 한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이상 기회를 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정상적인 교육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병원 전환 등의 안은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관동의대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의학교육에 소홀함이 있다면 최대한의 제재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