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가 원격진료 등 의료현안을 관망하는 가운데 뜬금 없이 통일 준비를 새해 아젠다로 제시했다.
병협 김윤수 회장은 14일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의료는 국가 성장력과 일자리 창출 업종으로 협회는 통일을 준비하는데 한 몫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 개선을 의정협의체 핵심 안건으로 제언했다.
그는 원격진료와 투자 활성화 대책과 관련 "새로운 불씨로 떠올라 의료계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면서 "어려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병협 대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느 편에도 안서는 회장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의미이다.
김 회장은 이어 #통일 준비를 위한 의료계 대책을 새해 화두로 던졌다.
그는 "통일 준비는 정부 힘만으로 부족하다"면서 "장차 통일이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의료 차원에서 검토해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협 회장이 남북통일이라는 단어를 갑자기 끄집어낸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남북분단으로 인한 사회분열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 구축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보수언론들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통일세 신설 등을 특집기사로 보도하면서 대통령 발언에 힘을 더했다.
김윤수 회장의 통일 준비 발언 역시 박근혜 정부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원격진료와 투자 활성화에 방관자적 입장을 취한 병협이 대통령의 '통일시대' 한 마디에 줄서기에 나선 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이해하지만 뜬금없이 통일준비를 운운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3대 비급여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걱정"이라며 허탈감을 표했다.
하지만 병협의 입장은 다르다.
병협 관계자는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는 야당과 시민단체까지 반대하는 상황으로 한쪽 편들기는 부담스럽다"며 "정부와 물밑접촉을 통해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에 찬성한다는 속뜻을 이미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부에 전달했다는 의미이다.
회장의 통일 준비 발언은 현 정부와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의 데코레이션인 셈이다.
이날 병협이 배포한 종합병원 경영 악화를 분석한 병원경영연구원의 '2012년 병원경영통계집'은 기자들이 빠져나간 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