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 A씨는 최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B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1월 셋째주 제품 디테일 등을 위한 방문 약속을 잡기 위해서다.
며칠 뒤 B교수에게 답변이 왔다. 메일에는 '가급적이면 설날과 근접한 날짜는 피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혹시나 환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와 함께.
설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제약사 직원 방문을 꺼리고 있다.
선물 등이 오갈 수 있는 시기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사회적으로 의약품 리베이트가 의사-제약사 간의 고질병으로 인식되면서 교수들도 환자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정상적인 만남이지만 되도록이면 환자가 많지 않은 시간에 찾아오라는 분들이 많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B교수도 설날에 선물이 오갈 수 있다는 외부 시선을 의식해 방문 사절 의사를 표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 C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그는 "대학병원에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오는 사람은 대부분 제약사 직원일 확률이 높다. 이제는 환자들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실제 대기실에 같이 앉아 있는데 제약사 직원 아니냐고 소근거리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경우는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 1월 첫째주에 주요 고객들에게 작은 성의 표시를 했다. 당연히 사회적 통념상 인정되는 수준이다. 업계 분위기가 나쁘다보니 설날에 제약사 방문 금지를 요구하는 의료진이 더러 생겨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