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으로 승기를 잡은 한의사협회가 정부 당국에 한약제제를
개발할 권리를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향후 국제시장에서 천연물신약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원료 추출물 정도에 불과한 국내 천연물신약의 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1일 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한의협 회관 5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 소송과 의료영리화 문제 등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먼저 김 회장은 "2001년부터 한의약 개발 촉진법을 통해 약을 개발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고시 변경으로 한약제제를 천연물신약으로 둔갑시켰다"면서 "19조원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됐지만 천연물신약이 국민 건강에 기여한 바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개발된 천연물신약은 국제적 경쟁력이 없다"면서 "그 이유는 허가 과정 자체가 엉터리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행정재판에서 천연물신약 고시의 무효 판정을 받은 만큼 한의사들도 한약제제를 양질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현재의 천연물신약은 원재료를 달여서 만든 엑기스 정도에 불과해 질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식약처가 고시를 개정할 때 한의사들을 새로운 고시 제정 과정에 적극 참여시켜 한의계의 의견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의협의 판단.
재판부가 천연물신약의 독점적 사용 권리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소송 결과가 패소에 가깝다는 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한번도 (효능, 효과가 떨어지는)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다만 한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의사들이 천연물신약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이런 주장을 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물이 풍부한 논에서는 싸움이 안 생기지만 가뭄이 들면 물꼬 싸움이 잦아지는 것처럼 의사들도 진료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한의사를 폄훼하고 고사시키려고 한다"면서 "저수가 정책으로 어려운 것을 제발 한의계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의료계가 근거없는 폄훼로 한의약 시장을 고사시키면 자신들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란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환자와 국민을 위해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같이 협의해서 가는 쪽으로 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먹힐 만한 경쟁력을 위해 국제적 수준의 논문자료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해외 거점병원 설립으로 의료기기를 활용한 질병 치료 데이터를 축적해 한의사들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겠다"고 덧붙였다.